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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May 09. 2024

선 넘지 말라고

관계의 거리

공부방을 13년째 운영 중이다. 공부방을 운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보통은 가르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아니오."다. 가르치는 것은 공부방 운영하는 것 중에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 가장 복잡하고 힘든 것이 사춘기 여학생들의 친구들과의 관계로 인해서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하는 것들이 무한 반복된다. 


그 안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서 누구 하나라도 서운해하거나 힘들어하면 안 되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 며칠 전부터 둘이 붙어 다니던 중학교 3학년 최고참 아이들이 어색해하며 지내는 것이 포착됐다. 그래서 한 명씩 불러서 상담했고, 결론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감정선의 고저가 심해서 너무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한 친구가 시간을 좀 갖자고 했단다. 


이게 무슨 연인들 간의 행동도 아니고 뭔가 싶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렇게 둘 사이가 소원해졌음에도 공부방을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이런 일들로 인해서 공부방을 그만둔 경우가 상당히 있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여학생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중학교 3학년이면 말귀도 알아듣고 해서 억지로 화해시키거나 하지은 않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이들에게 관계의 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간접경험을 많이 해서인지 아이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할수록 말과 행동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적당한 이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내 경험에서도 철없던 학창 시절에 나와 다르다고 해서 매정하게 말하거나 뾰족한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입장에서 말을 했지만 사실상 나 자신에게도 들으라고 했던 말들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공부보다 중요한 무언가 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날들이 있다. 


정말 별거 아닌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세상 진지한 일들이라 같이 공감해 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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