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새봄 Jun 18. 2024

역지사지의 정신

나이와 상관없이

가르치는 학생과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수업 중에 뒤돌아서 책에 그림을 그리다가 적발되에 지적을 당했다. 자리를 이동시키고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했던 방법이 독이 되었다. 


자신은 너무 억울해하면서 다들 떠든 상황인데 자신만 밖으로 나가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상황을 다시 정리해 주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말해주었더니 이번에는 눈물바람이다. 


순간 당황했다. 억울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분명한 잘못이 있었던 부분인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되어 귀가시켰다. 다음날이 되어 서먹해진 분위기로 등원한 학생을 따로 불러서 상담을 진행했다. 


어찌 되었든 사춘기가 찾아온 중3 여학생에게 너무 옳고 그름만을 따진 건 아닌지. 한 번쯤 그 아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주면 안 되었는지 후회가 되면서 한숨도 못 잤다. 


그래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눈을 맞추기 시작하자 서운하고 좋은 감정이 섞여서 어제와는 다른 눈물을 흘리는 학생. 나도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도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했더라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상황이다. 


이번일을 계기로 전체를 아우르고 간다는 명목으로 그냥 묵과하고 지나갔던 적은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사건이었다. 어른이더라도 잘못한 것은 인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많은 곳에서 혼냈던 점에 대해서 사과했다. 


역지사지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 그건 관계를 형성한 어떠한 성격에 상관없이 필요한 덕목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방 상담편_전화로 문의가 왔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