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새봄 Nov 06. 2024

익숙해진다는 건 길들여진다는 것

대학 졸업 후 간간히 몇몇 친구들을 만나긴 했는데, 동아리 기수모임을 갖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정확하게 따져보니 23년 만인 것 같다. 다들 어떻게 변했는지 잘 살고는 있는지 궁금해졌다. 


친구들 만날 생각에 내가 그동안 내가 거쳐왔던 일들도 유난히 생각나는 하루였다. 어찌나 많은 일을 거쳤는지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방 운영이 가장 길게 한 일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쌓여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닐까? 13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그동안 웃고 울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서 지금은 수업 전 준비를 하지 않아도 너무나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만든 이 시스템 안에서 길들여진 건 나 자신이 아닐까? 익숙해지다 보니 어떤 때에는 마음이 느슨해지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을 때가 있다. 이제 곧 중학교 3학년들은 2주 뒤면 졸업이다. 8-9년을 함께 한 학생들이다. 오늘 이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갈 곳도 많고 선택할 곳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나 오래 함께 해준 아이들...


물론 4년 전에 고비가 있었지만 잘 견뎌서 지금까지 왔다. 이 기간 동안 익숙해진 틀을 깨고자 내 삶에 조금씩 작은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새벽기상도 하고 방대한 양의 독서도 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가지 활동도 했다. 이렇게 다시 새로운 경험으로 채워가며 길들여진 익숙함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익숙해진다는 건 길들여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는 안정감과 동시에 우리가 잃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나 자신을 새롭게 길들여 나가기로 했다.


오래전 익숙함으로 무장한 대학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 앞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