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서 엄마는 어린 나를 데리고 매일 함께 산을 올랐다.
그리하여 유치원생인 나의 하루 루틴은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와 함께 원미산을 가는 것이었다. 산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한결같았고 항상 계단을 올라갈 때는 엄마와 함께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올라갔다. 그리고 하산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언제나 마트에 들러 200원짜리 미쯔 과자를 보상으로 받았고 집에 가서는 아침밥을 먹으며 텔레토비를 봤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부터 나는 과목 중 체육을 제일 좋아했고 날다람쥐처럼 뛰어다니기를 잘했다. 선천적으로 몸은 좋지 않았지만 면역력은 나름 좋아서 감기와 눈병이 유행할 때도 다 빗겨나갔다. 겨울이면 눈 쌓인 산의 풍경을 눈에 담고 가을이면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와 밤을 보았고 약수터에서 약수터 물을 마셨다.
가끔 산에서 야생 토끼와 다람쥐가 나타날 때는 엄마가 알려줬고 눈이 나쁜 나는 동물들을 볼 순 없었지만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존재를 느꼈다. 산을 내려갈 때는 엄지발가락에 힘을 딱 주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높은 나무에 새 둥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산을 오르고 내려갈 때 엄마는 항상 내게 동요를 불러주셨고 그 덕에 나는 산을 떠올리면 엄마와의 추억이 산에 있는 나무만큼이나 풍성하고 생생하다.
그러나 그 외의 추억은 적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고 특히 엄마는 과일가게를 운영했기 때문에 학교 행사는 물론이고 학부모 공개수업,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어 하교를 하지 못했을 때도. 엄마는 학교에 올 수 없었다. 대신 동네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해서 엄마 대신 내게 우산을 건네주셨고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친구네 부모님이 나를 챙겨주셨다.
이렇게 가게 일로 바쁜 와중에도 엄마는 아픈 어린 딸을 위해서 가게 문을 열기 전, 매일 그 새벽과 아침 시간. 간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산을 올랐으리라. 그래서 그 옛 기억이. 엄마의 청량했던 맑은 노랫소리가. 조금은 아련하게 들려온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여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