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끝나고 바로 추운 겨울이 올 줄 알았지만 2024년 겨울의 시작은 따뜻했다. 그래서 방심하고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몰아쳐온 차디찬 겨울바람에 크게 한 방 먹었다. 하지만 그 덕에 다시금 눈에 들어온 것들이 있다. 바로 아주 맛있는 겨울 간식들.
겨울바람은 양손으로 내 볼을 움켜잡은 뒤 얼굴을 비틀어 겨울간식을 보게 만들었다. 그곳에는 쫄깃한 밀가루 반죽에 꿀로 변해버린 설탕이 새어 나오는 납작한 호떡, 붕어가 안 들어가 있으면 어떠하리 달달한 팥앙금으로 맛있게 사기죄를 덮어버리는 붕어빵, 보자마자 제3세계에 들어가 장작불 속으로 은색 호일에 싼 고구마를 던지고 나오게 만드는 군고구마가 있었다.
난 긴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원래 이 타이밍에 나와야 할 꼬깃한 천 원짜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천 원짜리는 나오지 않았다. 왠지 붕어빵은 카드도 계좌이체도 아닌 지폐로 사 먹어야 그 진가가 나올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없는 건 없는 것이기에 계좌이체로 붕어빵을 샀다.
요즘 붕어빵 가격이 올라서 슬프긴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 팔아주시는 분이 계시고, 나는 그걸 살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손에 붕어빵 2개가 종이가방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난 참지 못하고 붕어빵의 머리부터 입에 넣었다. 당연히 뜨거울 걸 알았지만, 그래도 뜨거웠다. 엄청. 팥앙금은 달달함 만큼이나 뜨거웠다. 하지만 맛있었다. 그때 확 느꼈다.
아, 행복하다.
옛날에 소확행이라는 게 유행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나지만 그 소확행이라는 유행에는 꼭 탑승하고 싶었다. 소확행을 찾다 보면 행복을 자주 느끼게 되어 더 가치 있고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 행복하면 행복한 거지 왜 큰 행복, 소소한 행복을 구분 짓는 걸까? 그리고 행복은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느끼면 되는 게 아닐까. 행복은 도처에 널려있는데 찾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더 근시안적으로 행복을 바라보는 게 아닐까.
어느 순간 깨달았다. 행복은 근처에 얼마든지 있다.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말이다. 편의점에 방문했을 때 발렌타인데이라고 페레로쉐 초콜릿 한 알을 건네주신 사장님, 내가 지나가는 타이밍마다 딱딱 변해주는 신호등, 환승 타이밍에 적절하게 오는 전철과 버스,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따뜻한 집에서 배달받아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 내가 밖에 돌아다닐 때만 그치는 비, 산책하기로 결심한 날 너무 파란 하늘과 볼끝을 살며시 스치는 시원한 바람, 우연히 만난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읽고 있던 책의 감명 깊은 한 문장.
나는 이렇게 내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글로써 알릴 수 있다는 사실도 너무 행복하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평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고,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주 조금의 슬픔이라도 적어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살아갈 귀중한 시간 웃으며 보내기에도 너무 아깝지 않은가.
2025년은 꼭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덜 상처받고, 덜 슬퍼하고, 덜 괴로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나 글을 쓰고자 마음만 먹고 있다면 올해부터는 꼭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든지 당신의 이야기로 행복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