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부모님이 가장 젊고 예쁠 때는 바로 지금

by 비나리

나이를 먹을수록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역시 내 편은 가족밖에 없다는 것. 맨날 투닥거려도 가족만큼 서로를 위하고 같이 견뎌주는 존재는 없다. 어떤 게 계기가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사실 예전부터 찍고 싶었지만 바빴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몇 번은 가족들에게 찍으러 가자고 했지만 쉽게 찍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강하게 밀어붙이고 싶은 날이 왔다. 우연히 어머니, 아버지, 나, 동생이 모두 쉬는 날이 맞아떨어진 날이 있었던 것. 나는 무조건 찍으러 가자고 했다.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점점 늙어간다. 가장 젊은 건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지금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사진이다. 나는 우리 가족,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의 한 살이라도 젊을 적 사진을 남겨놓고 싶었다. 마침 우리 집 아래에 사진 찍는 가게가 생겨서 귀찮다는 핑계는 다행히 없앨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하얀 티에 청바지를 맞춰 입었다. 다들 처음엔 찍기 싫거나 어색해했는데 막상 찍자고 하니 다들 적극적이었다. 아쉽게도 신발을 맞추지 못했다. 어차피 위만 볼 거라며 신발은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 준비가 끝난 뒤 다 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어색했다. 아주 어색했다. 동생이랑 붙어있는 것도 어색하고, 부모님이 어색해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어색했다. 그런데 그 어색함에 서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웃음목표치에는 부족했는지 작가님이 아쉬워했다. 이 방법 저 방법을 사용해도 큰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았기에 그는 필살기를 섰다.


"자, 여기 보세요."


처음에는 두 귀와 눈을 의심했다. 작가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바로 딸랑이. 계속되는 여기 보세요 요청과 딸랑거리는 소리에 우리는 웃었다. 게다가 아주 빵긋 웃었다. 우리는 작가님의 필살기에 호되게 당해버렸다. 평소에도 어머니가 자주, 크게 웃으신다. 이 날따라 더 빵 터지셔서 가족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는 게 계속 어색했던 아버지도 이번엔 진심으로 웃으셨다. 웃음꽃이 만개한 정도가 아니라 폭탄 터지듯이 웃음이 빵빵 터지니까 그제야 작가님도 마음에 드셨나 보다. 아주 흡족하신 얼굴로 착착 우리의 지금을 남겨주셨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가족사진을 찍은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후회는 존재한다. 하지만 가족사진을 찍은 건 후회할 게 없다. 아마 안 찍었다면 엄청 후회됐을 것이다.


우리는 네 명 다 같이 찍고 나와 동생만 찍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부모님끼리만 찍기도 했다. 그렇게 같이 붙어있는 게 어색하시면서 어떻게 우리를 기르시고 같이 지내셨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나중엔 웃음이 끊이질 않던 사진 촬영이 종료되고 다 같이 모여 찍힌 사진을 구경했다. 빵긋 웃는 가족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젊었고,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멋졌다. 그리고 사랑스러웠다. 작가님의 필살기와 사진솜씨로 인해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의 제목을 생각해 봤다. 처음에는 있어 보이는 제목을 달고 싶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건 당연 '가족'이었고, 지금 사진을 찍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지었다.


21년 어느 여름날 우리 가족


이 날 이후로 나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가족사진 외에 다른 것으로 바뀐 적이 없다. 아직도 우리 가족은 그때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난 우리 가족이 너무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울하고 힘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