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청소하기.
요즘 인터넷이나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다 보면 우울하고 힘든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유는 우울하고 힘든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받고 뭔가를 깨달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럴 때 글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많이 지치고 기운이 없으실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아물게 하기 위해 효과가 적은 연고라도 찾아볼 마음으로 오셨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오신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셨고 힘드셨는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약을 처방하듯 딱딱 듣고 싶은 말을 다 해드릴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분이든 이 글을 읽고 지금 겪고 있는 우울에 아주 작은 틈새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누구나 항상 열심히 살아왔다. 그렇기에 사랑받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권리가 분명히 있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도 인생이 짧은데 계속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있으면 너무나 아까울 것이다.
나도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다. 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이를 먹고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혼났던 때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염세주의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뭐만 하면 한숨을 푹푹 내쉬고, 방에 처박혀서 날 나오지 않았다. 기분도 오락가락해서 친구들과 즐겁게 즐기다가도 갑자기 정색하고 집에 들어가거나 말을 안 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시 되새겨보니 정말 불안정한 시기였던 것 같다.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병원에 갔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그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아주 사무적이었고 약만 처방해 주셨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울증 약의 효과는 이렇다. 원래 내 속에는 마음의 그릇이 있다. 이 마음의 그릇에 우울이 마구 담기다가 넘치면 힘들어진다. 하지만 약은 일시적으로 내 마음의 그릇을 넓게 해 준다. 그래서 덜 우울해진다. 지나고 보면 우울증이라는 건 조금씩 조금씩 노력함과 동시에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옅어지긴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내 마음의 그릇을 넓혀서 우울이 조금씩 옅어져 가길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우울을 없애진 못한다. 거기다 우울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다.'라는 말은 너무 버겁고 힘든 이야기다. 애초에 우울하게 만들어주는 원인을 제거해 주지 못하면 사건 자체가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약으로 우울한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많은 것을 찾았고 도움을 꽤 많이 받았다. 아직 우울감이 남아있고 가끔 찾아오지만 여태까지 알게 된 여러 방법들로 조금씩 이겨내고 있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뻔한 방법도 있고 아닌 것도 있을 건데, 꼭 맞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우울증은 블랙아이스 같다. 우울감은 나도 모르게 내 약해진 마음의 틈을 파고들어 서서히 서서히 들어온다. 그러다가 알아채지 못할 때 존재감을 확 드러낸다. 우울감은 또 늪 같다. 누군가 내 팔을 잡고 꺼내주지 않으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정말 힘들다. 억지로 빠져나오려고 하면 잘 안 되는 현실에 또다시 좌절하고 점점 깊이 빠져든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겐 늪에서 꺼내줄 수 있는 강한 팔이 되었으면 한다.
난 전문가가 아니지만 평소 우울감을 많이 느껴서 일부러 더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잘 버텨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칭찬을 많이 받는다. 여러분도 반드시 이렇게 될 수 있다.
우울은 떨쳐내려고 하기보단 받아들여야 한다. 악마가 찾아와 나에게 우울감을 넣은 것도 아니고, 내가 먹은 음식에 소금과 후추, 우울이 함께 들어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울은 내가 우울하니까 찾아온 것. 그렇기에 우선은 내가 많이 힘들구나, 우울하구나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언가가 불에 타고 있는데, 아니야 안 타고 있어라고 생각하면 그 불이 꺼지지 않는다. 불이 붙었다면 불이 붙은 사실을 빨리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우울한 나를 탓하지 말고 힘들어서 우울해진 나를 토닥여주고 좋은 말을 해주자.
내가 많이 힘들구나. 이래 이래서 우울하구나. 고생했어. 같이 이겨내 보자.
내가 처음 우울을 잠시 잊으려고 사용했던 방법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단기적으로만 기분이 나아질 뿐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당연히 친구들과 만나서 힘든 점을 공유하고 위로도 받고 수다도 떨다 보면 순간은 좀 나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를 매번 할 수도 없고, 친구들이라고 하여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순간을 견디기 위해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할 땐 일부러 눈물이 나는 노래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힘들고 울고 싶을 때면 내 플레이리스트 중에 내 눈물버튼을 자극하는 걸 찾아서 틀고 꺼억꺼억 운다. 주로 양희은 님과 악동뮤지션과 이수현 님이 같이 부르신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를 자주 듣는다. 우울한 것도 결국 감정이고, 감정을 녹여 밖으로 빼내주는 것이 눈물이기에 잘 먹히는 방법 같다. 내 마음속 감정보따리는 하나인데 거기에 우울이 가득하다면 다른 감정들을 부어 우울을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다.
닥치는 대로 에세이를 읽는다. 무작정 아무 책을 읽으라는 게 아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제목이나 내용이 있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런데 왜 닥치는 대로라는 표현을 했냐면 내 복잡한 사정과 마음을 위로해 줄 문구를 찾는 건 상당히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위로해 줄 한 문장을 발견하면, 차갑기만 했던 마음의 온도가 적어도 미지근하게 변하게 된다. 우울할 땐 책이 안 읽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억지로 읽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제목만 훑으며 지나가면 된다. 가끔 제목만으로도 힐링이 될 때가 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읽고 마음에 안 들면 안 읽으면 그만이다. 만약에 읽고 싶다면 에세이는 대부분 짧은 글이라 다른 책들에 비해 잘 읽힌다.
만약, 어떻게 해도 책을 읽기 힘들다면 글을 써보는 방법도 있다. 바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를 쓰면 나 자신과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눈물만큼은 아니지만 내 감정을 글로 녹여 밖으로 방출할 수 있다.
직접 겪어본 결과 우울할 때 가장 하면 안 되는 건 방을 그대로 어질러 놓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우울해지면 방이 더럽혀진다. 요즘 느끼는 건데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집안의 어질러짐 정도가 차이 나는 것 같다. 힘들고 우울하면 에너지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저 어질러놓기만 할 뿐 잘 치우지 않는다. 근데 이렇게 되면 더러워진 방을 보고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왔을 때 방이 깨끗하면 마음도 덩달아 차분해지고 쾌적한 환경에서 쉼을 취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운이 없어도 아주 조금이나마 손이 닿는 부분이라도 정리를 해보자. 한꺼번에 치우는 건 당연히 힘들다. 그러니까 휴지 하나, 봉투 하나 아주 조금 한 것 하나하나씩 치워보자. 우울도 그렇게 하나하나 청소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우리가 방이 더러우면 청소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건 창문을 열고 깨끗한 공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마음에 있어서 깨끗한 공기란 밝은 햇빛이다. 우울할 때 가장 힘든 게 기운을 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방 치울 힘도 없는데, 씻고 옷 입고 준비하고 나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커튼이라도 걷어서 간접적으로라도 빛을 보자. 할 수 있다면 아무거나 주워 입고 모자라도 쓰고 밖에 나가보자. 먼지만 가득했던 방의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맑고 시원한 공기가 싸악 들어오는 느낌. 어둡고 갑갑했던 마음속에 깨끗하고 따뜻한 햇빛이 쫙 들어오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이건 나의 필살기인데, 혹시 어떤 어려운 일에 봉착하여 마음이 힘들다면 이 주문을 외워보자.
그럴 수 있지~, 어차피 80살 먹으면 다 추억이야~
내가 우울할 때마다 써먹었던 다양한 방법들을 나열해 보았다. 사실 어렵지 않고 흔해빠진 방법들이다. 하지만 우울할 때면 잘 실천하지 못하게 된다. 허리가 아프지 않게 앉는 법은 의자 안쪽 깊숙이 엉덩이를 밀어놓고 허리를 반듯하게 피고 앉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다 알면서도 삐딱하게 앉아서 허리가 아프게 된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쉬운 방법인데 우리가 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원래는 경험담을 늘어놓고 위로와 공감을 위주로 글을 써볼까 했는데, 우울감을 겪어봐서 알지만 가능한 한 빨리 우울을 청소해 버리면 좋겠다는 마음에 방법론적인 글을 쓰게 되었다. 부디, 단 한 가지의 방법이라도 도움이 되어 1초의 행복이라도 더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