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에서 행복 찾기

비나리의 행복 찾기 시리즈 3편 '전화'

by 비나리

"여보세요. 오늘은 저녁 뭐 드셨어요?"


타지에 이사 온 뒤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립니다. 고향에 혼자 계신 어머니에게 저녁은 뭘 드셨는지 오늘은 뭘 하셨는지 여쭤보고 제가 보낸 하루의 근황도 짧게 전해드립니다. 별거 아닌 하루의 루틴일 수 있겠지만 저에겐 하루 중 아주 소중한 일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잘 지내고 있나 매일 살필 수 있고 안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과 얼마나 자주 통화를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글을 쓰면서 생각난 건데 부끄럽게도 아버지한테는 자주 드리질 않네요.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바로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하하.


옛날에는 서로의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주고받았죠. 편지를 받으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고 자칫하면 편지가 손상되거나 분실될 수 있어서 항상 걱정이 앞설 것 같아요. 하지만 전화는 상대가 휴대폰이나 전화기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금방 서로의 소식을 공유할 수 있죠.


매일 전화를 하다 보니 전화가 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엄청 기적적인 일이 아닐까 했답니다. 손에 들고 있는 네모난 기기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말이죠.


특히 연애할 때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할 때가 많았답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었지만 저녁이 되어 헤어지고 또 보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겁니다. 전화를 받은 연인과 또 서로의 목소를 섞으며 달콤한 밤을 만들죠. 몸은 떨어져 있지만 언제든 마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따금 오랫동안 연락 없었던 친구 녀석의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습니다.


"어~ 무슨 일이야. 살아있구마~"


오랜만에 전화 거는 것을 서먹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용기를 낸 것일 수도 있기에 최대한 능청스럽게 받으려고 합니다. 제가 전화를 받은 후 체감상 2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한마디가 들립니다.


"그냥, 갑자기 너 생각나서 했다."


"하 씨, 뭐 먹고 싶어서 그러냐 나 지금 돈 없는데."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게 참 감동적이더군요. 아무 이유 없이 스치듯 제 생각이 났다는 것이니까요. 전화는 그 순간의 감정, 목소리가 저에게 바로 전달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랑을, 그리움을, 행복함을 목소리에 그대로 담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라도 전화가 행복을 주는 요소라는 걸 눈치채서 다행입니다. 저에게 오랜만에 연락했던 친구처럼 저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잘하지 않게 되는데 이 글을 쓴 계기로 좀 더 자주 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전화를 건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의 목소리가 매번 들리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화를 받아줄 수 있는 사실 만으로도 전 행복하고 기뻐집니다. 친구와 지인 모두 제 전화를 기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괜스레 전화 거는 게 껄끄럽거나 부끄러운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특히 오랜 시간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경우엔 더 그렇죠. 그럴 땐 '그냥'했다고 해도 상대방은 아마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이라는 핑계가 와닿지 않는다면 명절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좋은 명절 보내라고 연락해도 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뜬금없이 올해 산타선물 받았냐고 난 못 받았다고 능청스럽게 전화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 행복은 전화에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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