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뒤늦은 사춘기

중2 딸의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었다.

최정은 작가님의 '사춘기 엄마의 그림책 수업'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딸의 시점을,

그 힘든 시간을 잘 흘려보낸 엄마의 마음을 느끼며 한참을 울었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며, 내 안에 봉인된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나도 한때 사춘기였지만, '사' 자도 꺼내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갑자기 어려워진 형편에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던 엄마 아빠 앞에서, 나는 감히 속마음을 꺼내본 적이 없다.

부모의 고생 앞에 내 힘든 마음은 그저 사치처럼 느껴졌다.
"엄마 아빠는 나보다 더 힘드니까"라고 마인드컨트롤하듯, 나는 매일 매일 내 감정을 눌렀다.
그렇게 내 사춘기는 말 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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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딸이 사춘기를 시작하자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사춘기 없이 착하게 컸는데, 너는 나한테 왜 이러니? 아쉬운 게 너무 없으니 그런 병이 오는 거야."

그건 아이를 향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쏟아낸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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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춘기가 너무 오래 묻혀 있었기에, 아이의 감정은 나에게 위협처럼 느껴졌다.

이해할 수 있는 일에도 내가 먼저 소리 지르고, 기다려줘야 할 순간에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감정은 결국 나를 무너뜨렸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와의 말다툼에서 더는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고, 그 침묵 앞에서 딸은 소리쳤다.
"엄마 왜 아무 말도 안 해? 왜 대답을 안 해? 사람 답답하게 왜 그러는거야?"
나는 상황이 변하지 않을 일엔 말을 아낀다.
말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체념이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나를 답답해한다.
표현하지 않는 내 방식이, 이 아이를 더 미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는 사춘기 딸 앞에서 바보 같이 말문이 막힌다.

하는 말마다 되돌아오는 말이 더 무서워서

한마디 거들지도 못한채... 그렇게 넋놓고 바라보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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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은 작가님의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을 읽고 나서...

내 감정을, 내 안에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으로 그 감정을 떠나보내기로 결정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한 내 마음을 글로 표현이라도 해야 숨이 쉬어질 것 같아서...

소중한 내 아이에게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

나처럼 제때 사춘기를 겪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많은 엄마 아빠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눈물이 핑돌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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