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옆의 다정한 아빠
남편은 나보다 자상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솔직히 나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기보다는 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분석하는 타입이다.
지금이야 좀 변해서 F 성향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심한 T 성향이라 딸아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며칠째 아이와 씨름하며 단단하게 여미고 있던
마음의 둑이 무너져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두통도 심하고, 더 이상의 대화는 내 멘탈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재빨리 침대로 대피했다.
내가 잠든 사이 남편이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나 보다.
아침에 나를 태워다 주며 이렇게 말했다.
"어제 딸이랑 40분 정도 진지하게 이야기했어.
아이 불만이 뭔지 듣고, 내가 보기에 지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함께 얘기했는데, 우리 딸도 내 말에 공감하더라고."
남편은 내가 직설적인 표현으로 대화하는 엄마라
아이가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이와 직접 부딪히지 말고 우회적인 방법을 더 써보라고 권하면서,
아이의 잘못도 명확하게 이야기했으니 오늘부터는 좀 달라질 거라고 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를 겪는 분들과
앞으로 이 험난한 사춘기를 함께할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다.
혼자 해결되지 않을 때 남편의 도움을 꼭 받아보라고...
엄마도 힘듦을 털어놓을 상대가 필요하니까.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고 "힘들지?" 하며 토닥여주고
함께 산책해주는 남편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내 지인이 표현하기를 '요즘 아이들은 부모 머리 꼭대기 1미터쯤 위에 있어'라고 했다.
감정을 섞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되,
뭐든지 남편을 통해 이야기가 오가도록 소통의 통로를
하나로 좁히는 게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아무리 심리학을 전공하고 감정코칭을 배워도
정작 내 아이에게는 활용하기가 참 어렵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매번 느낀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작심삼일을 매일매일 다시 시작한다.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어도 조금씩 나아지는 엄마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이 시간도 지나갈 테니까...
무엇보다 혼자 끌어안지 말고 함께 나누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나부터 그 연습을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