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초대장

"엄마, 같이 눕자"

오전 미팅을 마치고 아이와 점심을 함께 먹겠다는 큰 계획을 세우고 서둘러 강남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미팅이 길어졌지만, 아이에게서 별다른 연락이 없길래 마음을 푹 놓고 있었다. 그런데 미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려던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언제와? 나 너무 배고파서 못기다리겠어. 일찍 못오면 못온다고 알려주지. ㅠ.ㅠ"라는 아이의 말에,

괜히 마음이 철렁했다.


같이 먹자고 일부러 밥솥에 예약까지 하고 왔는데...

내가 집에 도착하려면 최소 1시간...

어쩔 수 없이 배달 앱을 통해 OO다방에 주문을 넣었다. 추가 비용을 내고 한 집 배달로 신청했더니, 다행히 주문한 음식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평소에는 배송비가 들지 않게 여러 집 한꺼번에 배달로 시켰는데

오늘은 그러지 말고 빠르게 도착하도록 추가 비용을 낸 것을

아이가 만족해하는 모습에 잘했다는 뿌듯함에 기뻤다.


배달 음식을 맛있게 먹은 아이는 정말 오랜만에 나를 자신의 좁은 침대로 초대했다. "엄마, 같이 눕자." 어렸을 땐 자주 같이 눕자고 하던 아이.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귀찮다며 내가 슬쩍 밀어내던 적도 있었다.

이젠 "같이 눕자"는 그런 말은 거의 안해서 손에 꼽을 지경이다.


지금 돌아보면 참 소중한 시기였다.

그 작은 변화 이후로 아이와 사이가 조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예전엔 왜 그렇게 쫓기듯 살았을까 싶다.

'더 많이 안아줄 걸, 더 많이 들어줄 걸' 그때의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예전엔 나의 베프에게 "너무 부드럽게만 키우면 안 되는데, 좀 더 단호하게 규칙을 정해서 키워야지!"라며 훈수를 두곤 했는데...

요즘은 그 친구에게 "다 소용없더라. 너처럼 키울 걸... 진짜 많이 후회 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절친은 나의 고백에 그저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지만, 그 말 속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배려를 받고 자란 아이가 결국 부모를 더 많이 배려하게 된다는 걸...

요즘 들어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

아이가 힘들 때 와서 "엄마, 나 위로해줘"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엄마.

그게 내가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의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엄마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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