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이별 앞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순간, 그러나 놓칠 수밖에 없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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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톡으로 온 메시지는 친한 언니의 부친상이었다. 마음 준비할 틈도 없이, 주무시러 들어가신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단다. 아이를 챙겨주고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돌아가시던 날 몇 시간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식사하고 대화하셨다는데…

왜 그리 급히 떠나셨을까?

아버지는 9시 정도면 항상 주무시러 들어가셨다고 했다. 그날도 9시쯤 먼저 주무시러 들어간다고 하셨고,

언니의 어머니가 뒤따라 들어가셨을 땐 이미 상태가 심상치 않으셨다.

놀란 어머니는 급히 자식들에게 연락했고, 근처에 있던 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119를 부르고, 언니의 둘째 딸이 외삼촌과 번갈아 가며 CPR을 했지만,

언니의 아버지는 눈 한번 뜨지 않으셨단다.


언니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아버지와의 이별이 떠올랐다.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도 믿기지 않았던 그 순간이 기억났다.

의사인 사촌 오빠와 남편의 친한 후배 의사에게서

아무래도 그 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말을 같은 날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친오빠와 통화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긴 했다.

말로는 마음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그 누가 마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밤,

엄마와 나는 저녁을 다 먹고 정리를 하며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에 놀라 택시를 잡아타고 가던 중, 중환자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도착 전에 아버지가 떠나실 것 같다고...

우리는 울음을 삼키고 전화기 너머로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며 마지막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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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든 병원에서든,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과 슬픔은 같았다.

다만 너무 고생하지 않고 가신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달랬다.


며칠 전, 언니는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소머리 국밥을,

그날은 갑자기 한번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와 함께 먹었다는데,

언니의 아버지가 그 메뉴를 좋아하시는 줄 몰랐다고 했다.

딸이 싫어하니, 함께 먹자고 한 번도 권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 한 끼가, 언니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그 식사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후회가 되었을까?'하고 말이다.


함께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전화를 걸고 받는 그 짧은 시간,

만나서 함께 식사하며 삶을 나누는 그 순간을 더 귀하게 여기며,

작은 추억이라도 쌓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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