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상사 이야기1

복숭아 상자로 떠올린 따뜻한 추억


며칠 전, 예전 직장에서 모셨던 사장님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맛있는 복숭아를 한 상자 보내니 가족들과 나눠 먹으라는 말씀이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 문득 처음 뵈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 글을 적어본다.


2007년에 처음 뵈었으니, 이제 꽤 오래된 인연이다. 최종 면접 자리에서 처음 뵈었는데, “나이가 많아서...”라는 말씀으로 나를 주눅 들게 하셨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적은 나이는 아니었고,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도 전혀 없던 나였기에 별다른 변명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을 전하려 애썼다.




그 당시 내가 지원했던 직무는 외국계 보험사 CSO의 Business Assistant였다. 금융권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어떻게 이직을 결심했느냐고 묻는다면, 사실은 단순했다. 주변의 권유로 “이런 포지션이 있는데 한번 지원해볼래?”라는 말이 계기였고, 내 주도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서류를 제출한 후, 외국인과 1:1 영어 인터뷰, 실무자 면접(차장님+부장님)을 거쳐

외국인 상무님과 간단한 면담을 치렀으며, 마지막 최종 면접에서 지금의 상사를 만났다.


그때 두 번째 질문은 뜻밖에도 “술은 좀 할 줄 아느냐?”였다.

순간 멈칫했지만, 솔직함이 낫겠다 싶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술은 전혀 못합니다.”

그러자 돌아온 반응은 “나이도 많은데 술도 못하는구만.”이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제가 나이가 많아 염려되실 수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막내라는 생각으로 임하겠습니다.

술은 못하지만 업무적으로는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단순한 다짐으로 면접은 마무리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은 무겁고 복잡했다.




면접을 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전까지는 유학 준비나 면접 결과를 통보만 했을 뿐, 과정에서 엄마와 소통한 적이 없었다.

“엄마, 면접 보고 나왔는데… 별로 마음에 안 드셨나 봐. 잘 안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툭 던지듯 이야기했다.

"이제 어디에 지원하지?" 하는 고민을 하며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음날,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최종 합격하셨으니 다음 주부터 출근하세요.” 순간 얼떨떨했다.

분명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아닌 걸까?

그때는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보다는, 단지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두 번째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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