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상사이야기 4

입사 1달만에 응급실행

상사분은 늘 좋은 낯으로 대해주셨지만 내 긴장감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새로운 분야인 금융권, 용어도 모르는 낯선 부서, 출근한지 며칠 만에 임원들의 회의에 들어가서 국/영문 회의록 작성, 그 외에도 처리할 일들이 많았다.

이 직무를 소개한 분도 건너서 아는 사람이라 친분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내 사수가 동갑이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내 성향을 확인하고자 그런 질문을 하셨던거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나의 사수는 일을 잘하는 것을 뛰어넘어

농담까지도 아슬아슬한 선을 잘 지키며 할 말을 하는 멋진 사람이었다.

완벽한 일처리로 윗사람들에게 신임을 받던

그녀의 업무를 이어서 하다보니 그 긴장감은 말도 못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서 이직을 했는데 일을 못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까 늘 염려되었다.


어느 날 엄마에게 "제 사수가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농담까지도 선을 잘 지켜서 하던데 이런 사람은 처음 봤어요." 라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계속 할 수 있겠어? 사무직 경험도 없던 터라 부담될텐데..."라고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몇몇 직원들은 이런 나를 두고 내기를 했단다.

'내가 과연 얼마만에 그만둘까?'하고 말이다.


끼니 중간에 간식을 챙겨 먹는데도 입사한지 1달 만에 4킬로가 줄었다.

내 인생 최저치의 몸무게를 찍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갑작스러운 통증에 업무 중간 조퇴를 하고 병원을 다녀왔고,

그날 밤에는 응급실로 내원했다.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과 같은 음식을 먹어도 나만 탈이 났다.

내가 장염으로 입원하자 "대체 뭘 먹었기에 장염으로 응급실을 갔대?"라는 뒷말을 듣기도 했다.

아파서 힘든 것보다 그런 뒷말이 더 힘들었다.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다는 전화를 드렸다.

나의 상사는 내게 전화를 주시고는 "많이 안좋아? 좀 어때? 비서가 아프니 사람들이 내가 괴롭혀서 그런줄 알아."라고 하셨다.^^

내 기분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신 농담이었다.


사실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내 성격의 탓이고,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으셨던 팀장님은 "넌 뭘 하루 종일 먹는 거 같은데 계속 살이 빠지는 거 같아.

일이 많이 힘들어?"라고 물으셨다.



그들에게 난 골골거리는 부하직원이었다. 물론 정신력으로 버텨오고 있었지만 긴장감이 높으니

몸도 무척 피로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첫 달의 힘듦을 잘 이겨내고 나니 업무도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서내에서도, 타부서의 사람들과도 식사 약속을 잡으며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 적응해갔다. 긴장 속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버티며 배운 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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