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 박자 느려지는 날
어제 유니버셜을 다녀온 딸은 결국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ㅋㅋ 너무 피곤했겠지.
그래도 오늘은 체크아웃하고 공항 근처 닛코 호텔로 이동해야 해서 10시에 살살 깨웠다.
11시엔 나가야 하니 빠르게 움직이자고 말하면서.
어제 짐을 대충 정리해둬서 다행히 큰 일은 없었다.
짐을 맡기러 프런트에 들렀더니, 어젯밤 이자카야를 소개해 준 직원분을 다시 만났다.
식당이 어땠냐고 묻기에, 너무 좋아서 친구도 사귀었다고 했더니
마치 본인이 칭찬받은 것처럼 환하게 기뻐하던 MK님.
칸데오 오사카 더 타워에 가게 된다면 꼭 그 한국인 직원분을 찾아보길.
표정도 예쁘지만, 그보다 더 예쁜 건 그분의 태도였다.
고마운 마음에 구글맵 후기에도 살짝 적어두었다.
세심함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하루가 더 밝아지니까 말이다.
서비스 업에 있다 보니, 이렇게 마음을 다해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칭찬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그들의 태도는 결국 호텔의 얼굴이고, 도시의 온도고, 여행의 기억이니까...
우메다로 이동해 한큐 백화점 식당가로 향했다. 대기가 적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3가지 메뉴 중 파스타에서 바다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나서 NG.
딸이 고른 메뉴라 나도 그냥 참고 먹었다.
모두 알지만 맛없는 메뉴는 늘 엄마, 아빠의 몫이라는 걸...
그래도 아까워서 포크를 놓지 못하는 나도 참…
딸도 양심에 찔렸는지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식사 후 스타벅스로 가서 남편과 나는 커피, 딸은 딸기 라떼.
그런데 남은 녹차 마카롱 하나를 또 어찌 봤는지 - 사달라고 요구했다.
여행 마지막 날이니까 사준다로...
백화점 지하에서 모찌 세 개를 샀다.
딸기·귤·샤인머스캣(개당 평균 5000원(. 교토 모찌 가격(1개 1만원)을 생각하면 이건 거의 천사의 가격이다.
우메다 돈키호테에서도 마지막 쇼핑을 했는데…
딸이 담는 걸 보니 뭘 살 생각을 아예 못해서 내 물건은 하나도 없었고
남편은 회사 동료들 줄 간식을 조금 챙겼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고 난카이를 타고 닛코 호텔로 이동.
와… 진짜 공항이랑 너무 가깝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딸은 모찌를 1.5개 먹고 0.5개를 내게 건넸다.
맛이 괜찮았다. 그런데 딸에게 또 잔소리하는 남편…
“곧 밥 먹을 건데 왜 그걸 또 먹어?”
그러면서 본인은 배고파도 참고 있었다며…
그래서 남은 모찌를 먹으라고 했더니 본인도 잔소리로 한 말이 있으니 머뭇거리다가 2번 권하니
결국 한입 먹고는 “아… 맛있네!” 그럴 거면 잔소리를 하지 말지... ㅋㅋㅋㅋ
여기서 또 OO 아빠 캐릭터 등판.
공항으로 넘어가 저녁을 먹으러 소바집에 들어갔는데, 남편은 화장실 갔다 오더니
“다른 데도 많은데 굳이 여기야?”라고 또 한 소리.
이미 주문했으니 먹자고 했더니, 막상 먹어보곤 “맛은 있네…”
툴툴대면서도 인정은 빠르게 한다.
사춘기 딸과 여행하며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그냥 귀엽게 넘어가 보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팩 바르고 누우니 피로가 단번에 몰려왔다.
오늘은 셋 중 제일 먼저 레드 썬 확정이다!
여행 마지막 날, 이렇게 세 식구가 각자의 방식으로 피곤함을 풀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 며칠 참 많이 걸었고 때론 답답함도 있었으며 웃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피곤함이 오히려 여행의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진다.
서로의 투덜거림도 결국은 여행의 일부라는 걸 다시 느끼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