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늘 사지로 밀릴까???
백드롭 사진을 찍겠다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혼자 조용히 걷는 그 잠깐의 이동은 할 만했다.
사진 몇 장 찍고 있으니 “다 탔다! 배고파!” 하는 카톡이 날아왔다.
근처 햄버거 파는 식당(Mel's drive-in)으로 오라고 했더니,
역시 못 찾겠다고… 또 내가 데리러 갔다.
2시 30분이 돼서야 점심.
둘은 이미 냉전 중이었다.
아… 진짜, 이 싸람들!!!
그 사이 또 작은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선 배고프니 햄버거부터 시켜 먹이고(이 식당은 추천하지 않는다.ㅋㅋ 사람은 제법 있으나 퍽퍽한 느낌의 햄버거라...) 유아 부모들이 쉬는 쉼터로 이동해 잠시 숨을 돌렸다.
딸은 오늘 한껏 치장했는데
굽은 낮아도 부츠라 발이 많이 아팠나 보다.
운동화 신고 다닌 나도 아픈데, 뭐 이해는 된다.
원래 멋을 내려면 춥거나 덥거나 불편하거나 셋 중 하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멋을 포기한 지 오래라 따뜻함이 최고지만…
딸은 완전히 다른 세계관. ㅎㅎㅎ
잠깐 앉아 에너지 충전 후, 드림 더 라이너를 타러 갔다.
젊을 때 나는 무서운 것만 골라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첫 직장이었던 항공사 승무원 시절 위험한 상황을 몇 번 넘기고 나니
스릴이 더 이상 스릴이 아니라 그냥 피로였다.
게다가 나는 타기만 하면
기계 구조–떨어질 타이밍–안전요소 이런 걸 다 확인하는 타입이라
즐기는 게 아니라 노동이다.
호기롭게 타자고 외치던 딸은
막상 타자 고개 숙이고 눈 감고 비명만 질렀다.
옆에서 울리는 음악 데시벨 + 딸의 비명 소리까지 합쳐지니
귀가 얼얼했다.
나는 올라가기 시작하면
“이제 떨어지겠구나…” 계산하고 있는데
이렇게 다른가, 우리 모녀.
남편은 “나는 이런 거 못 타” 선언 후
나를 사지로 밀어 넣더니, 일을 좀 한단다. 일은 무슨... 그냥 타기 싫은거지...
내가 힘들게 타고 내려오니까
어땠어? 라고 묻길래... 기막힌 표정으로 쳐다봤다.
얼굴도 못 들면서 우리 딸은 “우와 너무 재밌다!” 이러고 있다.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재미있기는… ㅋㅋ
나는 한 번만 타자고 했더니
딸은 “한 번 더!!”
아… 진짜 너무 피곤하다.
결국 딸에게 백기를 들었다. 막무가내를 이길 수 없다.
남편에게 한번 타보라 하니
“배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싫어…”
아니~~~~ 그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정말 황당 그잡채. 2번을 사지로 몰아넣다니 이건 10년 갈굼각이다라고 선언!!
그리고 진짜 최악은 스파이 패밀리였다.
4D라 고글을 쓰는데 너무 어지러웠다.
마스크까지 쓰고 타서 숨도 턱턱 막히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다신 유니버셜 안 오고 싶다.
딸은 큰 마리오 모자를 안 샀으니
작은 인형은 꼭 3개를 사야 한다며
여기저기 구경 다녔다.
마지막으로 드림 더 라이너 1시간 넘게 기다려 탔더니
밥 먹고 또 이동하잔다.
아침은 샌드위치,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피자와 파스타.
와… 진짜 내가 안 좋아하는 조합의 끝판왕.
거기다 40분 전에 주문한 피자가 안 나오는 사태.
직원이 주문을 까먹었다고 한다.
배고프니 기다렸다 먹고 가겠다 하고
피자가 나오자마자 부녀에게 맡기고 양치하러 나왔다.
계산서를 자세히 보니, 그 가게는
의자에 앉기만 해도 1만 원 자릿세를 내야 하는
무서운 곳이었다.
나는 사실 날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저녁으로 오뎅이 먹고 싶었다.
호텔로 돌아와 딸은 방에 두고
남편과 둘이 이자카야에 가기로 했다.
마침 한국인 직원이 있었고, 호텔 직원에게 현지 느낌 나는 식당을 추천받았는데
칸데오 호텔 근처 오니기리 류라는 작은 가게를 골라줬다.
전화까지 해서 자리 여부를 확인해주는 세심함에 감동!!!
직접 가보니 카운터 좌석 14~15명 정도 들어가는 아담한 가게였다.
복싱 월드 챔피언에 도전했던 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분위기도 독특했다.
식당 주인이 “혹시 전화로 물어본 그 손님이냐”고 묻길래
맞다고 하니 우리가 앉자마자 옆에 있던 일본인 아저씨가 호구 조사(?)를 시작했다.
“어디서 왔냐”, 여긴 오니기리가 너무 맛있으니 꼭 먹어봐라... 이미 배부르다고 해도 하나는 먹어야한단다... 아... ㅋㅋㅋ 그 분의 거듭된 추천에 어쩔 수 없이 하나 시켰다.
다행히 그분이 영어를 제법 잘하시고, 일어를 약간 섞어가며 대화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20분쯤 지나 홍콩·마카오에서 온 젊은 친구들까지 들어오면서
갑자기 우리 6명 테이블(?)이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가 되었다.
또 시작된 일본인 아저씨의 호구조사, 직업, 여행 이야기, 음식 이야기, 삶의 이야기까지 이어지며
칸데오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이 뜻밖에 풍성해졌다.
이커머스 사업을 한다는 홍콩 친구는 “내년에 한국 피부과 시술 받으러 간다”고 해서
서로 사진도 찍고 이메일도 교환했다. 한국 오면 병원을 하나 소개해 줄 예정이다.
유니버셜에서 녹초가 됐지만 남편과 오랜만에 둘이 나간 저녁은
우리 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었다.
돌아와 대욕장에서 조용히 몸을 담그고 침대에 눕자마자 레드썬.
그렇게 유니버셜의 긴 하루가 끝났다.
완벽하지 않은 여행이지만, 이런 날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