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 바쁘기 시작했던 일정은 연말을 지나 새해까지 이어졌다.
정신력으로 뭐든지 버티던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다.
원래도 늘 저질체력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나도,
정신력이 육체를 끝내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받아들인다.
정신력은 정신력, 육체는 육체.
원래부터 서로를 대신해주지는 못했던 걸까.
언젠가 읽었던
‘산 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찬 이유는?’이라는 글 속 문장이 떠오른다.
피곤한 상태로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그 문장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최상의 상태로 내 고객을 맞이하고 있는가.
솔직하게 답하자면, 그렇지 못하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그 컨디션 안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일하는 것.
그건 사실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삶을 정리하지 못하면
가장 크게 다치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한다.
내가 가장 원하고 바랐던 모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일이 즐겁지 않고 부담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오니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이제는 스스로의 한계를 외면하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보호하는 원칙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나도, 가족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일에만 매달리는 삶이
과연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자아실현을 즐거움으로 삼고 살아간다 해도,
나를 지키고 돌아보는 시간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너무 오래 미뤄왔다.
지치지 않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해 멈추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