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간 엄마를 기다리던 너...
복직 이후, 생각보다 잦은 출장은
아빠와 너를 힘들게 했어.
처음에는 외할머니가 집에 오시는 걸
너도 좋아했지.
그런데 어느 순간
‘할머니가 오시면 엄마는 출장 간다’는 공식을
네가 알아버린 것 같았어.
그 뒤로는
할머니가 오시는 걸 힘들어했지.
엄마가 해외로 출장 간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여기서 몇 번 자면 엄마가 집에 올 것 같은데…
집에 안 가고 여기에 있을래요.”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
몇 번 눈을 감고 자면 날짜가 지나가서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나 봐.
엄마가 사 오는 선물보다
너는 엄마를 더 기다렸던 것 같아.
그런데 엄마는 출장을 가면
정말 일만 하다 왔어.
휴양지를 가도
호텔 수영장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하고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밤에는 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었지.
돌아오기 전날,
매장에 잠깐 들러
너의 장난감이나 옷을 사 오는 게 전부였어.
아빠는 말했어.
“출장만 없으면 회사는 다 좋은데…”
세상에 다 좋은 회사가 어디 있니? 그치? ^^
네가 세 살이었을 때
하와이 10일짜리 출장이 있었어.
회사에서는 내가 가길 원했지만
아빠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가지 못했지.
상사가 방으로 불러
“왜 못 간다는 거야?”라고 물었고,
나는 웃으며
“이번 장기 출장 가면 남편이 서류에 도장 찍고 가라고 해서요.”
라고 말했어.
그 이후로는
하와이 출장을 두 번 다시 묻지 않으셨어.
그땐 웃었지만, 마음이 복잡했어.
엄마가 출장 갔을 때
네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빠는 계속 톡을 보냈어.
멀리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이야.
할머니는
그런 연락이 또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 같아.
실제로 오지도 못하는데
걱정만 더한다는 생각이셨겠지.
아빠는 아빠의 입장이 있었고,
할머니는 할머니의 마음이 있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거겠지.
딸아,
엄마는 가끔 그때의 너를 떠올려.
어린이집에서
“몇 번 자면 엄마가 올 것 같다.”고 말하던
그 작은 네 얼굴을.
"엄마 많이 기다렸어? 할머니랑 아빠랑 씩씩하게 잘 지내고
기다려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 모습을 그려보면
지금의 시간이
조금은 덜 버겁게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