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을 그 밤의 달콤함

남산 타워와 마카롱

엄마가 회사를 다닐 때, 가끔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이모님께

너를 회사 앞으로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어.
엄마 친한 동료와 함께 너랑 저녁도 먹고, 간식도 먹고 싶어서.


그날은 남산 타워에 가기로 했지.
이모랑 셋이서 이모 차를 타고 하이얏트에 차를 세워두고 케이블카를 탔어.
밤에 케이블카를 타기는 처음이라 네가 정말 신났더라.
유리창에 코를 대고 서울 야경을 바라보던 네 얼굴이 아직도 선해.


남산 타워를 구경하고 우리는 호텔 라운지에 갔어.
이모가 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는데,

라운지 직원이 너를 보더니 마카롱을 선물로 가져다줬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마카롱은 네게 신세계였어.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한입 먹고 또 한입 먹고.
그 작은 얼굴에 번지던 행복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어.


사실 엄마는 네 아토피 때문에 그런 간식을 한 번도 사주지 못했거든.
그래서 더 복잡한 마음이었어.

밤새 또 가려움에 긁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했어.
미안함과 염려 동시에 밀려왔던 밤이었지.


며칠 후 어린이집에 갔더니 원장님이 그러시더라.
네가 마카롱 이야기를 그렇게 했다고.
“호텔 가서 먹었어요!” 하고 자랑했다지 뭐야.
마카롱이 제일 맛있었다고.

그 얘길 듣는데 너무 웃겨서 빵 터졌어.
그 작은 자부심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롯데호텔 점심 뷔페에 케이크 만들기 이벤트가 있었어.
사촌 이모, 사촌 언니, 너, 나 이렇게 네 명이 갔지.
밥도 먹고 간식도 잔뜩 먹고, 마지막은 케이크 만들기였어.

그때 너랑 찍은 사진, 아직도 책장에 올려져 있잖아.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은 케이크를 어린이집에 가져다드렸지.
네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나눠 먹고 싶다는 네 말이 참 예뻤어.

그날 엄마는 휴가를 냈어.
하루치 일을 미루고 너와 케이크를 만들러 갔지.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하루는 잃은 게 아니라 얻은 날이었어.


이젠 다 커서 그런 이벤트는 없겠지.
어릴 때는 안 쓰던 떼를 요즘 가끔 분출해서 나를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하니…
지금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려고 해.


엄마도 매일 리셋되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
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할 때는 솔직히 서운하기도 해.
예전엔 네가 먼저 안기고, 먼저 웃어주던 아이였으니까.


그래도 가끔 그 밤의 마카롱을 떠올려.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케이블카 밖을 보던 너,
작은 손으로 마카롱을 꼭 쥐고 눈을 반짝이던 너.

그 아이는 사라진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거겠지.


돌아오라고 말하는 대신,
엄마가 한 걸음 더 다가가볼게.

네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왜 그렇게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지,
왜 말끝이 날카로워지는지.

예전의 너를 그리워하기보다
지금의 너를 배우는 엄마가 되어볼게.


달콤했던 마카롱은 사라졌지만
그 밤의 웃음은 아직 내 안에 있으니까.

오늘도 그 기억에 기대어
조금은 덜 흔들리는 엄마가 되어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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