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을 이해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사춘기 팬심의 끝은 등신대인가?

어젠 딸이 엔하이픈 멤버 중 한 명의 등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내 주변에 아직 등신대를 만들어 방에 세워두고 지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집중하고 싶은 게 생겼어.”

근데 왜 그게 하필이면 아이돌 등신대냐고…

속으로만 삼키려던 말이 결국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런 등신(대) 같은 일을 왜 하냐고…”

말을 하고 나서야 잠깐 반성했다.
‘등신대’를 말하려다 ‘등신’이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온 엄마라니…


요새 사진을 올리면 등신대로 만들 수 있도록
이미지를 20장 정도로 나눠
A4 사이즈로 프린트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앱이 있다고 한다.
딸 덕분에 나는 궁금하지도 않았던 세계를 자꾸 배우게 된다.


생일 카페를 새벽부터 준비해서 나가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고
쇼케이스를 가기 위해 앨범을 수십장 사는 사람도 처음 봤다.

아마 예전에도 그런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내 주변에만 없었던 것인지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건지...


지금의 이 열정이
왜 다른 방향으로는 발전하지 않는지
엄마로서는 여전히 궁금하다.


가위로 잘라 붙이고
계산해서 크기를 맞추고
빈틈 없이 이어 붙이는 일이
집중력과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는 딸을 보니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건 유아기 때 이야기지. 너한테 해당되는 말은 아니거든!!"


이제는 공부에 조금 더 마음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방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닌데
등신대를 세워 둘 만큼 여유 있는 공간도 아니다.


게다가 아빠가 그걸 본다면
아마 뒷목을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싶고
나 역시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은데
아이돌 등신대는 쉽게 허락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딸은 이미
머릿속에서 등신대를 완성하고 있는 눈치다.


나는 그걸 어디까지 막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벌써부터 버겁게 느껴진다.


ENFP 딸과 ISTJ 엄마의 평화 협정은,

지구를 구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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