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7 Pro를 사주고 나서,
나는 나를 조금 미워하게 됐다.
생일이라며 꼭 받고 싶다고 울고 떼쓰는 아이를
결국 이기지 못했다.
“이번만…”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숙제는 겨우 마치고,
새 핸드폰을 만지느라 잠은 늦어지고,
아침은 피곤함과 짜증으로 시작된다.
뭐… 그런 하루쯤은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작은 선택 하나가
아이의 생활 리듬을 무너뜨리는 시작이 되지는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까지 걱정할까.
아이를 믿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만들어주지 못한 습관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까.
밥도 스스로 챙겨 먹고,
자기 할 일도 알아서 하고,
조금은 단단하게 자기 삶을 꾸려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아이는 지금,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에 서 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기다려야 할지, 개입해야 할지
그 경계에서 망설이고 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아이는 스스로 해내는 사람이 되는 걸까.
그리고 그 시간을,
나는 어디까지 믿고 기다려야 하는 걸까.
방금 전, 급하게 학원으로 뛰어나간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또 생각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기다림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