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멈추고... 입도 꾹 닫고...
두 딸을 다 키운 지인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물어보니 바깥에 쉽게 꺼내지 못했던 에피소드가 한가득이었다.
나의 푸념이 조용히 들어갈 만큼의 무게감이었다.
사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친구가 있고,
학교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너무 기본값처럼 느껴져서
고마움이 자꾸 초기화된다는 데 있다.
어떤 날은 아픈 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효도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말을 안 듣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금세 답답해져 잔소리가 목 끝까지 차오른다.
‘진짜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건 뭘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되는 삶,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와 근력,
그리고 가족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사실은 이미 충분한 것들인데,
나는 자꾸 더 많은 기준을 가져온다.
어제 저녁,
아이 스스로 몸무게를 재보더니
이게 맞냐며, 자기가 많이 뚱뚱해 보이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와...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어. 이건 현실이 아니야…”라며 당황해한다.
내일부터는 저녁으로
그릭요거트, 그래놀라, 블루베리만 먹겠다고 한다.
운동은 안 하고 배달음식은 꾸준히 먹으면서
살이 안 찌길 바라는 건 욕심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대신 운동 나간 남편에게
그릭요거트와 그래놀라를 사와달라고 부탁했다.
하루에 몇 번이나 마트 심부름을 시키냐고 묻길래
딸이 먹겠다고 한 거라 했더니
말없이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잠시 후,
실내용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티셔츠가
반쯤 젖어 있는 걸 남편이 보고는
흐뭇했는지 잔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만큼은
내 머릿속의 ‘당연한 기준’을 지우고,
아이에게 고마운 이유를 먼저 떠올려보기로 했다.
내가 사춘기였을 때
부모님께 바랐던 그 마음을,
이제는 내가 건네줘야 할 차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