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너, 복잡한 나

엄카와 경계선 이야기

[오늘의 배틀]
"엄마, 오늘 나 시험 끝났으니까 배떡에서 로제 떡볶이에 분모자랑 중국당면 추가해서 참치마요밥이랑 시켜줘. 사진 보내줄게!"


점심 약속 중 걸려온 전화 한 통.
사진까지 보내온 요청에, 대화 중 양해를 구하고 배달앱을 열었다.
집에 돌아오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거실, 이불을 덮고 소파에 누운 채 달게 자는 딸.
한참 뒤 일어나서 하는 말.
"오늘은 친구들이랑 저녁에 공포영화 보기로 했어. 저녁도 먹고 올게. 엄마카드로~~~"

영화가 끝나고 전화가 왔다.
"엄마, 집 근처인데 무서우니까 엘베 앞으로 나와줘. 1층까지는 말고, 엘베 바로 앞도 말고... 근처에만!"
혹시 도착했나 싶어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다보는데, 마침 엘베가 우리 층에 멈췄다.
고개를 살짝 내민 나를 보고 딸이 외친다.
"엄마가 고개 들이밀고 있어서... 귀신인 줄 알았네! 깜짝 놀랐잖아~"
"겁도 많으면서 공포영화를 보더니..."
"애들이랑 보기로 약속해서 어쩔 수 없었어. 아, 나 친구들이랑 하는 내기에서 져서 팝콘은 엄마 카드로 샀어."
이렇게 당당할 수가... 오늘은 꼭 카드 돌려달라고 말해야겠다.




[엄마의 속마음]
시험이 끝났다고 해서, 배달음식에 영화에 팝콘까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 카드를 쓰는 딸의 모습에 마음이 복잡했다.
다들 그 정도는 쓴다고 말하겠지만, 소비가 점점 헤퍼지는 게 걱정이다.
처음 정했던 규칙들, 다시 한번 점검할 때다.
딸이 자유를 누리는 만큼 책임도 함께 배워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마음 정리]
학생다움이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아 아쉽다.
경제 관념을 심어주지 못한 건 아닌지 자책도 든다.
'적당히'라는 게 어쩌면 가장 어려운 덕목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휘둘리는 내 모습이 못마땅해지기도 한다.
이런 푸념들이 결국, 나도 아직 부모로서 성장하는 중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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