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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29. 2021

나의 독서 일대기

#1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이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다 해 지웠던 기억이 있다.

나의 어머니는 도서관에서 잠깐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독서캠프 갔던 사진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 보자면 같이 책을 읽다가 옆에 친구와 치고받고 싸웠던 것 같다. 어찌 됐든 나는 책 읽기를 싫어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러다 만화로 된 삼국지(아마 이문열 작가가 썼었던 걸로 기억한다.) 10권짜리를 엄마가 사줬는데 그것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 방황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슬아슬 외줄 타기 하는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 같다. 그때는 친구들과 노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2

그러다 대학교에 입학하니 20살은 도대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연애도 해야 하고 친구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21살이 되어 입대하게 됐다. 나는 운전병으로 복무했는데 높으신 분들을 모시는 운전병인지라 대기시간이 많았다. 휴대폰도 없어서 책 읽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었다. 그때는 거의 일주일에 2권 정도씩 책을 읽어 나갔다. 그때 처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었는데 엄청 긴 소설이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일주일 만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즈음에 나도 소설을 써볼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그 생각을 접었다. 나는 이렇게 절대 못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하루키의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일단 써보자 라는 생각을 조금씩 손을 대고 있다.


#3

군대를 전역하고 나는 병에 걸렸다. 막 전역한 복학생들에게 쉽게 발현되는 자기 계발병에 걸린 것이다. 어찌 됐든 간에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기 계발 서적들을 독파했다. 밤에는 호프집에서 서빙을 하고 낮에는 자격증 공부와 자기 개발서를 읽었다. 그때는 참 열심히 살았다. 자기 개발서에 나오는 말들을 따라 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거의 성공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자신감이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책들을 늘 들고 다녔다. 그러나 그것들이 허상이라는 는 걸 깨닫기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몇 번의 좌절을 맛본 후 경찰공무원 준비를 하러 노량진에 올라갔다. 아마 #3 시기에 자기 개발서를 너무 많이 읽어서 그 충고하는 듯한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아 지금도 자기 개발서를 싫어하는 것 같다. 물론 도움도 많이 받았다.


#4

노량진에서 공부할 시기에는 당연하게도 독서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경찰이 되고 나서 새로운 지역으로 발령이 나자 독서모임에 가입하고 싶어졌다.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내가 스스로 인터넷 카페를 뒤져 적당한 독서모임을 찾아 가입했다. 그곳에 나가 죽기만큼 싫은 어색한 자기소개를 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가입했던 독서모임은 소설은 거의 읽지 않고 인문학 위주의 책을 주로 읽었는데 이때 읽었던 것들 중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너무 좋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때의 내가 인간관계에 굉장히 목메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그 책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데일 카네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본래의 나로 돌아왔다.

여느 독서모임이 그렇듯이 잦은 불참자가 나오며 분위기가 좋지 않아 졌고 설상가상으로 그 안에서 맺어졌던 커플이 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막을 내렸다.


#5

독서모임이 해체되고 의무적으로 책을 정하지 않고 내가 정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그 이후로 내가 읽고 싶던 책은 소설이었다. 고전소설은 너무 재미가 없었다. 가끔가다 동물농장이나 1984 같은 재밌는 소설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예찬하는 죄와 벌이나 데미안 같은 책은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군대에서 재밌게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도서관에 가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검색하고 닥치는 대로 모두 읽었다. 그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가 가장 좋았다. 주인공이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느꼈고 그때쯤 나도 옥상에 올라가 기차역을 바라보며 한참 멍을 때리는 것을 좋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재밌게 읽자 다른 일본 작가들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알게 됐고 양들의 테러리스트나 무코다 이발소 같은 책들을 읽었다. 오쿠다 히데오는 하루키와는 다르게 굉장히 쉬우면서 재미있는 글을 쓴다. 한국소설을 몇 번 읽어봤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재미있는 소설책을 발견하진 못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도 5권까지 읽다가 손이 가지 않고 있다.


요즘은 소설책을 가장 좋아한다. 영화와는 다르게 책으로 된 이야기는 나의 상상력에 따라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집중할 일이 좀처럼 없는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주는 것도 힐링이 된다.

소설을 읽다 보니 나도 쓰고 싶어 졌고 단편소설 매거진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6의 시기가 오고 내가 어찌 변할지 나도 모르지만 책은 항상 내 가까이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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