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
선선한 여름밤
낮에 있었던 살을 녹여내는 그 더위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해가 지고
기분 좋은 약간의 바람이 불어올 때면
편의점 앞에 맥주캔을 놓고
치열했던 삶을 한 템포 늦춰갑니다.
테라스가 딸린 호프집에서 치맥을 먹는다면
나도 모르게 예전의 그 유행가를 불러보고 싶어 지는
그런 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음주운전도 많이 하고
음주단속도 많이 합니다.
음주단속을 나가게 되면
내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났던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팬사인회를 하는 기분이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팬보다는 안티가 더 많아요)
나는 그 자리에 가만있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서 제 갈길을 갑니다.
왔다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음주감지를 처음 해보는 분
"후!!!!!!!!!!!!!!!!!!"하고 넘치는 입김을 불어넣으시는 분
"하~" 하셔서 "후!!"하시라고 알려 드려도 "하~" 하시는 분
음주단속을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계신 분
차를 멈추지 않고 후! 불고 가시는 성격 급하신 분
슬픈 일이 있어 보이는 분
얼굴에 몇십 년의 피로를 간직하고 있는 어느 가정의 가장
아들이 경찰인 인상 좋은 아주머니
10초 정도의 짧은 첫인상만 남기고 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자.
웃으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