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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ug 05. 2016

하루키의 냄새를 맡다.

한 편의 소설이 가진 가치

하루키라는 작가는 군대에 있을 때 1Q84라는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후임이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기다렸었죠.

가진건 시간뿐이던 그 시절 그 소설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읽었습니다.

조금 야하기도 했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장치가 있는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는 그런 기분


그렇게 모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소설을 읽고 다시 하루키의 책을 잡기까지는 4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 사이에 군대를 전역을 하고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죠. 그때보다 조금은 경험이 풍부해졌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호하고 어려웠습니다.


'조그마한 글들을 쓰다가 경험이 많이 쌓이면 소설이라는 것에 도전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쯤 베스트셀러 목록에 하루키의 책이 올라와 있었습니.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저로써는 가슴 뛰게 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 말고 '소설가'라는 삶을 살면 어떨까?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책을 주문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은 

읽는 내내 하루키라는 유명한 작가의 매력에 빠져서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읽게 되는 자전적 수필입니다.

하루키가 작가가 된 과정, 글쓰기에 대한 생각, 방법 등을 말하는 듯한 문체로 써놓았습니다.


특히 '진구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보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구절은 나에게 알 수 없는 뭔가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문득 찾아올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하루키는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이미지를 깨버렸습니다. 

하루키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글을 씁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장편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게 하루키의 생각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다 읽고 '이 작가의 책을 사서 모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서점으로 가서 2권의 책을 샀습니다.


글 쓰는 방법을 말하는듯한 어조로 알려주던 책보다는 

어렵게 느껴지는 소설책들이었습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는 동안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낼까?'였습니다.


인물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솔직한 감정.

죽음에 대한 허무함.

인생을 대하는 염세적 태도.


어렵고 모호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분으로 하루키의 작품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모호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기분으로 하루키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망치에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루키의 작품은 전문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고 매니아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키의 작품을 고작 몇 개밖에 보지 못한 나는 하루키의 냄새만 맡았다고 해야 될 것 같아요.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우리의 인생에서 소설 한 권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책입니다.

하루키의 책을 읽을 때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이 소설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

는 욕구로 가득 차서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힘든 삶이 다가올 때

이렇게 살아라 라고 조언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도 좋지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 한 편도 꽤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다 읽고 나면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힘든 하루의 끝에 소설을 읽고

내 안에 피어나는 긍정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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