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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16. 2016

어른이 되는 것

사회 초년생의 일기장

-짧게 말하기

-되묻지 말기

-사소한 말투에 서운해 말기

-쉽게 오해하지 말기

-돌려 듣지 말기

-바라지 않기

-가볍지 말기



더필름_사랑,어른이 되는 것 中


 일에 지쳐 퇴근하는 길 차안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에 공감하며 갑자기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내 모습에 서글퍼져서 그런것이다. 아직 어린애인데, 아직도 나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은데, 이제 내게는 단 2달간의 방학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흠칫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제 막 취직한지 6개월째, 이상과 현실 그 중간쯤에서 하루하루 타협을 보고 있는 사회초년생


 이게 딱 지금의 내 위치다. 불의를 보며 처음에는 분노하다가 총대를 멜 수 없어 도로 내려놓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내 위치를 찾아가는 중이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철들지 말자' 라고 프로필명에 적어놓았던 나인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벌써 온갖 책임을 지고 있다. 아들이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걱정이 없다는 우리엄마의 아들로써,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 술한잔 사줄 수 있는 돈 버는 친구로써, 나로 인해서 떨어져야 했을 그 한명의 몫을 해내야 하는 한명의 합격자로써, 같은 팀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한 팀원으로써 갖가지 책임을 지고 있다.


 온갖 책임을 떠안고 쉽게 행동하지 못하며 챙겨야할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어른인줄은 그때 당시엔 몰랐다. 그때는 용돈 받지 않고 내 의사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어른이었으며, 눈치보지 않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이 어른이었다.


"그땐 미쳐 알지 못했네"


완전히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투정부릴 수 있는 어린아이도 아닌 애매한 단계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고집불통 부장님이 될 수도 있고, 딸바보 부장님이 될 수도 있고, 일에는 관심없고 하루종일 핸드폰만 바라보는 부장님이 될 수도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이 이토록 열심히 사는것 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그리며 가끔씩 밀려오는 과거로부터의 향수에 '그땐 그랬지' 하고 다시 돌아온다. 내가 맡은 일을 오늘도 해냈다. 내일도 해낼 것이 분명하다.


요즘 내가 곧 과거가 될 미래에 현재를 너무 많이 쏟아 붓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다 나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천번을 흔들리면서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 오늘 행복했다면 내일도 행복할 것이고, 오늘을 충실히 살았다면 분명 내일도 충실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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