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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pr 03. 2016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급증

 일주일에 5번의 출근을 하고 드디어 찾아온 주말 아침, 뭘 할까라는 고민을 시작한다. 5분정도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샤워를 한다. 머리를 말리고 나왔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뭐라도 빨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금씩 마음이 조급해진다. 더 철저히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한 후 한편으로는 귀찮음을 느낀다.


나는 지금 조급증을 앓고 있다.


제대한지 3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서빙알바, 배달알바,몇개의 공모전, 몇가지의 대외활동, 4개학기 이수, 2개의 동아리활동, 인턴, 노량진에서의 수험생활, 그 끝에 직장을 얻었다.
그 동안 모든 일을 경험으로 생각하며 바쁘게 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못베겨 하는 버릇이 생겼다. 항상 단기, 중기, 장기의 계획을 세워야 했고 노는 시간도 계획적으로 보내야 직성이 풀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하루를 보내기로 계획했지만 이 자체가 모순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것을 계획하다니... 그리고 이런 계획은 지켜지지 못했다. 하루를 아무것도 안하고 온전히 쉬어본적이 없었다.

개팔자가 상팔자



직장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한권의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일년에 두가지씩 배우고, 친구들을 만나고,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고, 경조사에 참가하고, 세차를 하고,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한다. 일주일이 바쁘게 지나가지만 할 것은 해야 한다며 글까지 쓴다. 이미 열심히 살고 있으면서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따라온다. 이런 조급증은 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닐것이다. 어느세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다.


사람마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조급증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고 있어서 오는 조급함이요, 두번째는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것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오는 조급증이다. 전자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나태함이 따라 붙는다. 흔히 시험기간에 공부는 하지 않지만 괜히 피곤하고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 안되는 사람이 이 경우에 속한다. 후자의 경우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아쉬움과 욕심에서 오는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조급증은 그렇게 나쁜것만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조급함, 다르게 생각해보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때로는 이런 조급증이 기폭제가 되어 발전적인 글을 한 글자라도 더 읽고,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게 한다. 때로는 쉬어야 하는 시간에 맘 편하게 못 쉬게 만들 수 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조급증 덕분에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 이번주는 정말 열심히 했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커피 마시며 수다나 떨자' 혹은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이 책만 읽고 깔끔하게 쉬자' 이런식의 선택을 하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택을 했으면 뒤돌아 보지말고
선택을 존중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들이 모여 내가 완성된다.  내가 나를 믿으면 이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는것에 대하여 후회가 없다. 그러니 조급증을 앓고 있더라도 그것을 이용했으면 좋겠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하고, 그것에 대해서 후회 하지 않는것이 이 조급증을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조급함이 더 큰 조급함을 불러오지 않고 어떠한 선택을 가져오게 된다면 그 조급함은 약이 되는 조급함 이다.

자신을 3인칭으로 바라보며 지금 느끼고 있는 조급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했으며 뭘 걱정하고 있는지 적어보라. 그러면 지금 자신의 위치가 살며시 보이고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길 것이다.

약이 되는 조급함이 될 수 있도록 조금만 멀리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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