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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08. 2017

친절은 어디에서 오는가

오키나와 여행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났다.

신임이고 새로운 곳에 발령받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눈치가 많이 보였다.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도저히 지금 밖에 시간이 안될 것 같았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무엇이 중한가?

대답은 나와있었다.


그렇게 적당히 고민한 끝에 오키나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오키나와에 와서 제일 좋았던 것은 친절함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옷에 피 칠을 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욕을 듣고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의 풀리지 않는 어떤 것들을 받아 들어줘야 했다. 이유 없는 욕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내 얼굴에 여드름이 생겨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확실히 다르다. 정말 친절하다. 그것도 진심을 다해서 친절하다. 가식이나 돈벌이 수단의 친절이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받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긴 쉽지 않은데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이 베어있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 마다 잘 통하지도 않는 영어를 써가면서 이해할 때까지 계속 알려준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못 알아 들었지만 알았다고 한적도 있었다. 

심지어는 본인 갈길이 아니어도 따라오라면서 15분 동안을 같이 걸었다.

일본에 오래 계셨던 한국분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친절한가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일본 사람들은 겸손이 몸에 배어있고, 소소함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져요.' 며칠 여행 온다고 그 나라를 잘 알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아이들도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는다. 일본요리를 먹어보면 더하거나 덜함이 없이 정갈하다.


여기서 내가 많이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되새긴다. 


나는 과연 겸손했을까?
나는 작은 것에 만족했을까?

답은 빨리 나왔다.
No!!

아무리 주변 탓을 하고 직업 탓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내 탓이다. 내가 다시 또 잊어버렸다. 무엇이 중한가를.

작은 것에 만족하며 그 만족을 행복으로 느끼며 살자는 메커니즘을 중간 어딘가에서 싹둑 잘라버린 느낌이었다.


다시 느끼고 다짐한다.

무엇이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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