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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18. 2017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라는 말을 십여 년 정도 들은 사람으로서

독서모임에서 결혼에 대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결혼을 조금 늦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내가 경제적으로나 내면적으로 완성되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이런저런 이유를 얘기했다.
그날 처음 만난 50대에 퇴직하신 어르신이 나에 얘기에 답변을 했다.

"흠.... 그 부분은 다형님이 아직 어려서 그러신 것 같아요"로 시작된 답변이 이어졌다.

진부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답이었다.(적어도 나에게는)

비슷한 뉘앙스에 말을 10여 년 정도 들으며 자란 것 같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는 말로 시작되는 충고를 얼마나 많이 들으면서 자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는 말 뒤에는 그 조언자의 경험이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나를 포함한 젊은이들에겐 몰랐으면 좋았을 법한 것들이 많다.


결국 나를 성장시켰던 것은 현실을 모르고 과감히 부딪혔던 일들이었다. 학교 총장님에게 다짜고짜 이런 활동을 할 테니 돈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던 일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집에 가지 않고 있는 사원 누나의 모습을 보고 인턴을 때려치웠던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에겐 더 이득이 되었다.
그런 일을 할 때에도 교직원은 나에게 "아직 어려서 그런 것 같은데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으며 선배 인턴 형은 나에게 "아직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거의 다 이렇게 눈치 보면서 회사 생활한다."라고 말했다.


내가 알게 되었던 대부분의 현실이나 진실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몰라도 되는 진실들을 알게 될 때 우리는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웅크리게 된다. 그러면서 순수하게 마음먹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는 말이 나올 때

"그래 내가 아직 어려서 이래"라면서 과감히 실행해보자.
그래 봤자 그렇게 큰 일은 나지 않는다. 

어차피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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