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Apr 26. 2016

각자의 사연

어느 경찰관의 짧은 생각

나는 경찰관이다.


 처음에 경찰시험을 준비할 때는 남을 도울 수 있고 사명감을 가지면서 일을 하는데다가 활동적이기까지 하니까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그렇지만 요즘은 내가 이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내 직업의 무게가 느껴진다.


경찰관이 좋은 일로 국민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고 각자의 사연이 전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섣불리 다가가면 안 된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도와주고 싶어도 어떤 방식이 좋을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다가가야 한다. 

신고 하나당 몇개의 인생이 맞물려 있다. "딱 보니 oo네~"라고 판단을 내리기엔 그 상황이 너무나 복잡하다.


주차장에 벤츠가 한대 서있었다. 번호판이 탈착 되어 있었고 헤드라이트 부분이 깨져있었다. 안에 사람이 타있는것을 보고 다가갔다. 야심한 밤에 에어백이 펴져있는 2인승 벤츠에 앉아있는 할아버지 한분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경찰관과 말 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서는 하루 종일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을 어떤 자세로 다가가야 하는지

경력이 부족해서 노하우가 있지는 않지만 진심으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가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으로써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무언가 개입을 해야 할 때는 쉽게 속단해서는 안된다. 

"영업하고 있는 설렁탕집에 들어가서 소금을 뿌리는 여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을 때 정말 당황했다. 20대 초반의 그 여성은 길바닥에서 고함을 지르며 울고 있었고 렌터카 가게 사장은 화가 나있었다. 상황 파악을 해보니 그 여성이 신분증을 도용해 렌터카를 빌려가서 사고가 났는데 수리비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게 렌터카 가게 사장의 이야기였다. 반면 그 여성의 이야기를 전부 듣는 데는 1시간이 걸렸다. 그 여성 이야기의 요점은 '렌터카 가게 사장이 자신이 무면허로 사고 냈던 약점을 잡아 공장일을 소개하여주고 일을 시켰는데 그 일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 나왔고, 그 소개해준 공장 기숙사에는 아직 미성년자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다.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그 여성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갔다. 최선은 어떤 것일까, 두 사람의 입장과 주장, 주변 상황이 모두 다르다.


그렇게 우리 인생은 얽히고설켜있다. 내가 개입하기에 너무나 복잡하다.

경찰생활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사람들은 종종 남이 자신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 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다.

다들 각자의 시간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