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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01. 2016

스마트폰이 우리 관계에 미치는 영향

어느 경찰관의 짧은 생각

어느 일요일 경찰버스에는 35명의 건장한 경찰관들이 앉아 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바로 나갈 수 있는 채비를 해놓고서 앉아서 대기한다.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내기 시작하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채 각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들을 한다. 대화할 상대방이 없어서 뻘쭘해진 나는 똑같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스마트폰을 멍하게 쳐다본다.

대기를 한지 2시간이 지나고 도시락이 나왔다. 좁은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화장실을 갔다 온 후 아까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날 8시간의 대기 끝에 다행히 무사복귀를 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인사이동을 받아 처음 이곳에 출근하고 3달이 지나는 동안 35명의 사람들 중 한마디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게 신기하다. 원래 먼저 다가가지 않는 성격인 것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아서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던 것 아닐까?




친구와 서울에서 전주로 가는 새벽차 안.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전주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즐거운 상황인데 옆에 앉은 친구는 뭐가 그리 바쁜지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결국 2시간 동안 주고받은 대화는 별로 없었다. 부모님에게도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라서, 너무나 편해서 의무적으로 대화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왠지 조금 씁쓸했다. 친구가 보는 스마트폰에는 연예인의 사진이 보인다. 그 친구의 스마트폰 안에 있는 그 연예인은 그 친구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일까.




혼자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보면 커플들이 참 많이 와있다. 그 커플 중 대다수가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며 장시간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함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중요하다. 스마트폰 속 세상이 너무 넓고 흥미로워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것인가.


잠깐만 내려놔 보세요. 초특급으로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고화질 화면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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