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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0. 2016

잃어버린 시간

무조건적인 사랑

이번 어버이날은 어린이날까지 포함해서 4일 연휴 중에 끼어 있어서 시간이 다른 해보다 많았다. 어떤 선물이 가장 좋을까 하다가 받는 사람이 갖고 싶은 선물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물어보았더니 나의 어머니는 안마기가 갖고 싶다며 홈쇼핑에 나오는 상품을 찍어 보내셨다. 택배를 주문하고 좀 더 주고 싶은 마음에 일이 끝나자마자 4일의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내려갔다.

다른 지역으로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아니 사실은 그게 아니라 부모님이 아들과 보낼 시간을 잃어버리셨다. 

나는 대학교 친구, 동아리 친구, 고향 친구, 과제 등등 대학생활에 빠져 재밌게 살던 시기에 나의 부모님은 쓸쓸함을 많이 느끼셨다.

평일엔 평일이라 바쁘고 주말이면 주말이라 바쁘고 항상 바쁘다고 하는 아들 때문에 바쁠까봐 전화도 잘 못하신다고 했을 때 마음이 참 아팠다.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에는 엄마와 할머니가 만나서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하루 동안 기사 노릇을 했다.  매형이 사준 선글라스도 좋지만 엄마는 할머니를 만나서 같이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이 더 좋다고 하셨다. 그러니 자주 좀 내려오라고 하시던 그 목소리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 섞여있었다.


다음날 갓 태어난 조카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누나와의 시간을 보내게 해드리기 위해 내가 조카를 봐주기로 했다. 기저귀 가는 법과 분유 정도는 먹일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나갔다 오라고 했다. 엄마와 누나가 나가자마자 조카는 서럽게 울어댔고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했다.
내려놓으면 울고 내려놓으면 우는 아기 때문에 팔이 저릴 때까지 하염없이 안고 있었다. 목을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팔에 힘을 주고 뻣뻣하게 아이를 안고 있자니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3시간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넉넉지 못한 형편에 누나까지 데리고 나를 키우셨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던 그 시절의 아버지까지... 

이리저리 친척집에 나를 맡기던 그 심정은 겨우겨우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서 조카를 보고 있는 내가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았다. 그때 아이를 보느라 엄마는 많은 시간을 잃어버렸다. 하루 종일 누나를 등에 업고 나를 안고 이리저리 돌았다니 셨을 그 시절의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꿈은 무엇이었을까?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랑을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때도 지금도 잃어버린 시간.


100분의 1이라도 돌려드리려고 하는데

참... 어렵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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