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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Feb 28. 2018

생사(生死)

'아는 동생이 자살하려고 한다.'

이런 신고가 들어오면 긴장이 된다.

그날도 긴장한 상태로 반지하 그 집 앞에 섰다.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집 앞에 서면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여러 가지 주어진 조건들에 맞춰 강제 개방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물론 결정은 나 같은 신임이 하는 건 아니다.)

어떤 팀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그날 함께 있었던 우리 팀장은 바로 강제 개방을 선택했다.

119 구조대원이 강제 개방을 했더니 방안은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


방안에 가득 찬 하얀 연기,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술병, 빨래건조대에 걸려있는 옷가지들

그런 것들이 보이면서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날 좋지 않은 선택을 했던 그 사람은 살았다.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했던 인간관계, 사회 같은 것들은 둘째 치고,


일단 살았다.

 

그 생의 일부분이나마 내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누군가 내가 근무하는 관할지역에서 내가 근무하는 시간대에 생을 마감하게 되면

출동을 한다.

나는 죽음을 26살이 돼서 처음 마주했다.

얼마나 자세하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광경에 마주하게 되면

힘이 빠진다.

다양한 사연을 담고 있는 그 죽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게 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뭔지 모를 두려움도 생긴다.


'숨을 쉬지 않는다.'

이런 신고를 나갈 때에는 마음이 착잡하다.

그날 맨 처음 그 죽음을 발견한 사람은 자원봉사자다.


요일을 정해놓고 자원봉사하러 집에 찾아가는 그분은

30분 동안 오열했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지난주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것을 또 자주 겪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이 버텨내기 힘든 일이다.

짐작도 하지 못할 그 오열 앞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그때에는

뭔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


이어서 아들이 찾아와 오열을 시작하면 고개를 돌린다.

진정하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와도 되는 그 시간까지 기다린다.

나 같아도 진정이 안 될 것이 뻔한데 그런 말을 해야만 한다.



생과사에 경계 어디 즈음에 서서 일을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되기 전보다 되고 나서가 힘든 직업이다.


사연 많은 그 사건들 앞에서 겸손해지길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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