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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12. 2019

친절하게 딱지 끊기

영업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대화술을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연습방법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딱지 끊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경찰관을 기분 좋은 상황에서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그래서 제가 만나는 사람은 거의
화를 내고 있거나,
걱정을 하고 있거나,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 일처리를 얼마나 깔끔하게 처리하는지가 저희 업무의 관건입니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나면 자연스레 무단횡단 딱지를 더 많이 끊게 됩니다.
그러면 소문이 나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죠.
여기까지는 비교적 쉬운 미션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민원을 받으면 민원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어떻게 민원을 받지 않고 최대한 친절하게 딱지를 끊을 것인가?

그런 방법이 있긴 있는 것인가?

유명한 심리학자나 상담사들은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규제, 진압과 친절, 봉사를 한 단체가 추구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만 원짜리 무단횡단 딱지를 끊다 보면

좌우를 살피고 안전하게 무단 횡단했는데 왜 끊냐는 사람,

내가 무슨 단체 회장인데 두고 보자는 사람,

'너희 서장하고 마 다했어 인마'를 시전 하는 사람,

대뜸 욕을 하는 사람,

제 가족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

2만 원이 저한테 들어오는 줄 알고 이거 끊어 가지고 살림살이 나아지냐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10명 중 1명 정도는 아무 말 없이 딱지를 받고 조용히 갑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속 시원하게
'민원 받아도 상관없으니 강력 단속하라!'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일하기 편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시를 내리는 분들은 이런 지시를 내릴 리가 없죠.
부담은 단속하는 말단 경찰관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지를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안전하게 범인 추적하기

-다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축구 시합하기

-신속하고 안전하게 배달하기

-아프지 않게 사랑하기


우리는 이런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중간을 지키면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살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만의 기준이 생기겠죠.
그 기준이 왔다 갔다 하는 일도 생길 겁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느낌을 받게 되겠지만 그게 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내 안에 또 하나의 기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한 행동들에 의해서 말이죠.
그러니 이런 어려운 일도 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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