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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ug 02. 2019

학교전담경찰관이 된 썰

올초 인사시즌에 맞춰 지구대에 있던 내게 친구는 학교전담경찰관을  추천했다.


'그게 뭔데?'


이름만 들어서는 왠지 경찰서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학교로 출근할 것 같아 일단 좋아 보였다.


'내가 니 이상향을 잘 알잖아? 그러니까 그냥 일단 지원해봐 내가 나쁜 것 시키겠냐?'


그렇게 2년이 넘도록 지구대에서만 근무했던 나는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에 지원했다.


자기소개서에는 날 때부터 학교전담경찰관이 될 운명처럼 썼지만 사실 정확히 뭘 하는 곳인지 모르고 지원했다.


일단 지원은 했지만 젊은 경찰관에게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들어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에(그것은 약간의 출세) 안돼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기다렸다.


사실 나는 경찰관이 되려고 했다기보다는 형사가 되고 싶어서 경찰이 됐다. 그런데 형사가 된 동기들에게 들어보니 그곳은 무지막지한 곳처럼 들렸다. 쉬는 날이 구분되어 있지만 일이 있으면 나오는데 그 빈도가 상당히 높다, 집에 가도 사건이 머릿속에 맴돌아 편히 쉴 수가 없다는 것.... 누가 시켜주지도 않았지만 나는 형사가 되길 포기했다.

몇 년 전 형사가 되어야지! 했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드디어 발표날 내 이름이 회사 게시판에 오른 걸 보고 나도 모르게 굉장히 기뻤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학교전담경찰관이라는 것은


1. 야간근무가 없고 일반 회사원처럼 월화수목금 일하고 주말에 쉰다는 것.


2. 학생들을 선도(정확히 무엇이 선도 인지 모르지만)한다는 것.


3. 학교전담 특채까지 뽑을 정도로 본청에서 힘을 쏟았던 직무라는 것.

이 정도다.




나처럼 신입순경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방법은 대게 주위에서 주워 들어서 그 부서에 지원하고 안되면 또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 주워듣느냐가 그 신임순경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친구가 그때 내게 학교전담경찰관을 추천하고, 관련 자격증도 없는 나를 뽑아주고, 내가 밤새며 고군분투하던 파출소를 떠날 결심을 했던 것, 이 모든 것이 나를 학교전담경찰관으로 데려다 놓았던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부서이동이 그렇듯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전부 따뜻한 인상이긴 하지만 뭔가 높은 사람들만 말을 하고 젊은 직원들은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 그렇게 나는 학교전담경찰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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