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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5. 2019

중학생에게 상처 받고 쓰는 글

학교전담경찰관 이야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 글은 내 부끄러운 부분이다.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법원에서 1호~10호까지의 소년보호처분을 내린다. 1호는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이고, 10호는 장기 소년원 송치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종종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로 간주되어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감호 위탁 맡게 된다. 나에게도 감호 위탁으로 맡겨진 친구 2명이 있다. 학교전담경찰관보다는 정말 의지할 수 있는 삼촌 정도로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전환점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훗날 그 친구들이 성장하여 "그 경찰관 삼촌 없었으면 진짜 엇나갔을 거야"라고 말해주었으면 했다.


그중 A라는 중학생과 그 A가 데려온 A의 친구와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먹으며 수학이 중요하냐 영어가 중요하냐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던 중 평소에 몇 번 본 적 있는 A의 친구 C가 왔다. C는 조금 껄렁껄렁 하긴 했어도 잘해 주려고 노력했던 친구이고 자주 오길래 그래도 경찰관인데 불편하진 않은가 보다 하며 시답지 않은 대화를 종종 나누던 친구였다. 우리가 시켜 놓은 감자튀김을 주어 먹길래 사 줄 테니 너도 먹으라고 했다. A라는 친구가 이 말을 듣고 "야  너 뭐 먹을 거야 경찰관님이 사주 신대"라고 얘기했다. 그다음 대화가 압권이다.


" 엄마"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뭐 먹을 거냐는 친구의 물음에 대답이 이거다. 그 뒷말은 더 압권이지만 차마 못쓰겠다.

 A는 대수롭지 않게 "쌤 얘 봐요~~ 아 그래서 뭐 먹을 건데~~"이렇게 얘기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한참을 생각했다.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지만 첫 번째 감정은 '화'였다. 그 감정을 꾹꾹 누르며 "친구들끼리 그런 말 쓰면 안 되지"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뱉자마자 C는 불만이 있다는 듯이 밖으로 휙 나가 버렸다.


따라 나갔는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 경찰관 앞에서 패드립을 날리고 대수롭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이 친구를 혼내고 윽박질러봤자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다음에 또 보자며 차를 타고 나왔다.


그렇다. 나는 설리번 선생님이 아니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누군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교권과 공권력이 땅에 떨어져 있는 이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는 중이다. 그래서 나의 치부이다. 멋지게 이 상황을 타개하고 그 친구들에게 감명 깊은 인상을 남기며 가슴속에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경종을 울리지 못한 나는 무기력감에 빠졌다.


어쩌면 내가 감호 위탁보호를 맡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내가 학교전담경찰관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하는 생각,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요즘이다.


그렇다. 이 글은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했습니다라며 명쾌한 결말이 있는 글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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