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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03. 2018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바야흐로  개인주의의 시대이다.
 왜 요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혼자있게 좀 나가달라고 아우성들일까?
 나도 내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걸 좋아하는 사람인줄 알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자주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와서 생각인데 이렇게 말하면 내가 굉장히 사회적이고 지적인 사람이 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전역을 하고 다시 복학했을때 우연한 계기로 창업동아리활동을 하게 됐다. 정확히 뭘 창업하려고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이것저것 한다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
일 끝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술자리도 많았는데 그 시간이 불편하진 않았다. 나를 소개하고 그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느낌에 젊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경찰이 되었고 직무상 만나는 사람의 80%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되었다. 술에 취해 하는 말들이 꼭 진실하진 않다는 사실과 처음 만나는 사람과 생기는 어쩔수 없는 거리감을 자꾸 느끼다보니 저절로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게 됐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요'라고 씩씩하게 말하던 내가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문을 잠그게 된 것이다.

그런 성향은 연애를 할때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언제든 연락의 끈을 놓으면 불안해하는 상대방이 내겐 힘들었다.
여자친구든 친구든 부모님조차 넘어선 안되는 성역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상대방을 만날때면 나체로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혼자 무언갈 할줄 아는 사람들이 좋다.  혼자 무언가를 해낸다기보다는 그런것들을 당연히 하는 사람 말이다.
그런건 혼자있어본 사람만이 안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보듯 '아 너도 꽤나 혼자있어봤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아는 것이다.
혼자있는 그 고독을 즐기게되기까지의 시간을 잘 보낸 사람들에게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비교적 적다.


세상은 어차피 내가 나여야만 해낼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걸 깨달은 사람은 인간관계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수 있다. 굳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나 이렇게 괜찮은 사람인데 좀 좋게 봐주슈'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과
내가 싫어하지만 자꾸 다가오는 사람을 정중하게 사양할 줄 아는 센스가 있다.



내가 이렇게 변하게 된 이유는 약간 서글프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듣는 말들이 주로 욕이다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됐다.  
그래도 '넌 왜 자꾸 혼자있으려고 그러니 좀 나와'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그걸 굳이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닌가싶다.
이유야 어찌됐든간에 혼자있는 시간은 중요하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혼자있는 시간의 힘일 것이다.
그러니 부디 앞으로 그 시간에 외롭다고 울부짖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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