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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08. 2019

소유의 그늘

25살 처음 직업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나는 앞으로 내가 가질 것들에 대한 희망과 기대와 욕심으로 눈이 멀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만난 나의 사수에게 파이프 이론(간단히 말하자면, 물을 양동이로 길어 나르지 말고 파이프를 연결해서 가만있어도 콸콸 나오게 하자는 경제적 자유에 관한 이론)을 들었을 때에는 밤을 새운 다음 날에도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재테크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그렇게 소유에 눈이 멀어 살다가 문득 제주 어느 서점에 앉아 있는데 소유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에 있는 짐들을 다 넣으려면 큰 집이 필요하고 나는 또 그 집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는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을 또다시 빼앗기게 될 뿐이다.


소유에는 멈춤이 없다.

'이만하면 다른 사람과 견주어도 되겠다'싶을 때에 살짝만 돌아봐도 더 크고 웅장한 집들이 보일게 뻔하다.

얼마 전 125cc짜리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그 설렘을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가평 가는 길에 보게 된 크고 웅장한 소리를 내는 그 아저씨들이 탄 바이크가 뭔지 네이버에 쳐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삶이란 끝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다가 정신 차리고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또다시 망각하고 타인을 바라보고...

그러다 결국 또 나에게 고개를 돌리는 반복이다.


요즘 나는 타인을 기웃거리고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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