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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10. 2019

인싸보다 좋은 선택형 아싸

이왕 아싸 할 거면 당당히 아싸 하기


나는 선택형 아싸다.

내가 필요할 땐 인싸가 되기도 하지만

굳이 모르는 사람과 나서서 친해지고 싶진 않다.

이런 말을 하면 요즘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정말로 나는 그렇다.


얼마 전 일주일짜리 교육을 갔다.

그곳엔 나와 같은 직무를 맡는 경찰관 20명이 있었고

그 20명은 다시 3개의 조로 나뉘었는데 나는 20대조에 속했다.

으레 어색한 시간이 이어지고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던 사람들 속에

인싸가 빼꼼 고개를 든다.

(말 그대로 빼꼼이다. 너무 급작스레 리드하려고 하면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네 문화다.)


이제 이 인싸를 중심으로 '인싸와 아싸의 중간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회식을 통해 서로서로 친해지자며 술잔을 기울인다.

문제는 내가 아싸라는 사실이다.

결국 회식을 하자는 말에 선약이 있다고 둘러대고는

익숙한 친구 한 명과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문제는 그다음 날 나타난다.

그 다음날 나 빼고 모두들 베프가 되어 있었다.

어제 처음 만난 사람 치고는 몇 년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서로 말을 놓고 웃음꽃이 핀다.

내가 내 시간과 돈을 들여 어제 그 회식에 참여했더라면 저 웃음꽃을 나도 피울 수 있었을까?

아마 나는 그 어색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을 것이다.

28년을 살면서 얻은 경험으로 미리 회식을 빠진 것은 지금 봐도 굿초이스다.

(매몰차게 말하자면 일주일만 지나면 평생 보지 못할 사람들과 어색한 시간과 피 같은 돈을 들여 친해지고 싶지 않다. 왜 꼭 친해져야만 하는가.)


20살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학교생활의 꽃이라는 엠티를 가게 되었던 날.

나는 그 어색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나와서 친한 친구들에게 전활 걸며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선택적 아싸로 살아도 그중 몇 명은 결국 나와 친해졌고 넓은 관계가 아닌 깊은 관계를 맺었다.



'핵 인싸템', '인싸 라면 이정돈 있어야지', '인싸들의 성지', '이것만 있으면 아싸 탈출'

요즘 인터넷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문구다.

인싸를 미덕으로 삼고 아싸를 찌질이로 전락시킨다.

(결코 내가 아싸라서 찌질하게 브런치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아니다.)


사실 인싸와 아싸라는 말이 요즘 생성되고 사용되어서 그렇지

예전부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술 잘 마시면

승진도 잘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쉬운 법이다.

'저 사람 참 성격 좋아'라고 말하는 그 성격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말을 잘 걸고 그런 류의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사회성 강하고 누구든지 빨리 친해지는 성격이

좋은 성격이라는 인식을 많이 갖는다.


그렇지만 아싸들에게도 분명 장점이 있다.


인싸와 아싸는 좋고 나쁨의 개념보단

그 사람을 나타내는 특성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이 땅에 수많은 아싸들이 아싸인 것에 자격지심 가지지 않고

당당하게 아싸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아싸는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본인에게 좀 더 집중하는 스타일일 확률이 높다.


인싸라서 맺어야 하는 수많은 관계의 사슬에서 벗어나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약 없이 할 시간과 용기가 있는 그런 아싸 라면

인싸보다 나은 아싸라 할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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