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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31. 2017

나는 내가 천방지축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천방지축이었으면 좋겠다.

철들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우회전만 하면 기분 좋은 계곡이 펼쳐지는 장소가 있었다.

학교 다닐 때도 몇 번 가본 추억이 있는 장소였다.

그 길을 그냥 지나치다가 5분 정도 고민했다. 

저길 잠깐 간다고 해서 나에게 손해는 없다.

오늘 딱히 바쁜 일도 없었다. 

그런데 난 왜 그냥 그 기분 좋은 길을 지나쳤을까.


잠깐 생각을 하고 차를 돌려 그 계곡이 있는 곳에 들르기로 했다.

네비가 알려주는 것보다 30분이 더 걸리는 길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친구들과 발 담그며 놀았던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마침 나왔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 30분 때문에 망설였을까?

네비가 나오는 데로 가지 않으면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니다.

마치 누가 정해놓은 길을 벗어나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에 그냥 지나쳤었지만,

내 잠깐의 망설임이 후회될 정도로 기분 좋은 코스였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직장상사에겐 괜찮은 신입으로

부모님에겐 괜찮은 아들로

친구들에겐 조금 빨리 돈 버는 취업한 친구로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 많은 직함들이 나를 철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통통 튀며 엉뚱한 일탈도 자주 했는데 

타지에 나와서 직장 생활하다 보니 내 철없음을 받아 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너무 빨리 철이 들어가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 봐 싶어

노랫소리를 조금 크게 틀었다.


나는 내가 철 없이 너무 솔직해서 나를 싫어할 사람들은 싫어하게 두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내 옆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천방지축으로 브런치에 쓸 다양한 주제를 가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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