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천방지축이었으면 좋겠다.
철들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우회전만 하면 기분 좋은 계곡이 펼쳐지는 장소가 있었다.
학교 다닐 때도 몇 번 가본 추억이 있는 장소였다.
그 길을 그냥 지나치다가 5분 정도 고민했다.
저길 잠깐 간다고 해서 나에게 손해는 없다.
오늘 딱히 바쁜 일도 없었다.
그런데 난 왜 그냥 그 기분 좋은 길을 지나쳤을까.
잠깐 생각을 하고 차를 돌려 그 계곡이 있는 곳에 들르기로 했다.
네비가 알려주는 것보다 30분이 더 걸리는 길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친구들과 발 담그며 놀았던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마침 나왔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 30분 때문에 망설였을까?
네비가 나오는 데로 가지 않으면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니다.
마치 누가 정해놓은 길을 벗어나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에 그냥 지나쳤었지만,
내 잠깐의 망설임이 후회될 정도로 기분 좋은 코스였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직장상사에겐 괜찮은 신입으로
부모님에겐 괜찮은 아들로
친구들에겐 조금 빨리 돈 버는 취업한 친구로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 많은 직함들이 나를 철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통통 튀며 엉뚱한 일탈도 자주 했는데
타지에 나와서 직장 생활하다 보니 내 철없음을 받아 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너무 빨리 철이 들어가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 봐 싶어
노랫소리를 조금 크게 틀었다.
나는 내가 철 없이 너무 솔직해서 나를 싫어할 사람들은 싫어하게 두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내 옆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천방지축으로 브런치에 쓸 다양한 주제를 가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