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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ug 18. 2019

브런치 제안 받아보신 분?

'작가님에게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이전까지 브런치에 이런 기능이 있는지 잘 몰랐다.



여기서 잠깐 내 브런치 역사를 살펴보자면 얼떨결에 단 한번 시도에 작가 신청이 받아졌고(그때는 다 받아주는 줄 알았지만 친구는 그걸 2번이나 떨어지는 걸 보고 어깨가 올라갔었다.)'자존감을 지키는 나만의 방법', '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 있는 이유'가 카카오톡 FUN에 업로드되면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구독자 수도 계속해서 늘었다. 그때는 러닝하고 오면 알람이 몇 개씩 울려 있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한동안 내가 쓰는 글은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았고 구독자 수도 잘 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좌절하고 브런치에 끈을 놓고 살다가 문득 셀프 리모델링하는 글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어서 너무 행복했다. 내게 브런치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몇 안 되는 일이다. 흰 화면에 깜빡이는 검은 커서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두근댄다.

비록 구독자 수가 298명에서 올라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쓰는 이유는 '내가 행복해서'였다. 그러던 와중 너무 반가운 알람이 울렸다.


'작가님에게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이날을 돌이켜 보면 새벽에 수영 가기 전에  집 비밀번호를 바꿨는데(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 바꾼 비밀번호를 다시 확인하지 않고 문을 닫아 버려서 나도 내 집을 못 들어가는 시트콤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열쇠 아저씨를 불렀으나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하여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 어찌어찌 옆집 천막 사장님께 사다리를 빌려서 2층에 있는 우리 집 화장실로 침입을 했다.  그리하여 열쇠집 사장님을 부르지 않고 내 10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
그 땀내 나는 아침을 보내고  출근하여 땀내 나는 일과를 소화하고 유연근무(보통은 09시~18시까지이나 08시~17시 까지 근무하는 제도)를 써서 5시에 퇴근하여 34도 폭염에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바로 땀이 흘렀고 그래도 어찌어찌 준비를 하고 친구를 만나러 사당까지 가는 지하철을 기다릴 때였다.
내 집에 침입하기

 

한마디로 지랄 맞은 하루였다.


그때 마침 드폰 알람이 울린 것이다. 나는 아마 그날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살고 누군가는 명예,  또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서 살아간다. 나는 항상 그런 것들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욕심이었고 나도 그저 보통사람, 보통의 서른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어떤 한 개인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그게 짜증 나는 더운 여름날 오후일 수도 있고, 상사에게 깨졌던 그날 일수도, 혹은 정해진 퇴근길 말고 다르게 가보자며 낯선 길로 들어선 그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니 더욱 최선을 다해 나를 아껴줘야 한다. 그래야 그 순간에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특별해지는 그 순간을 위해서 우린 이토록 열심인 것 아닐까?


나에게 제안을 해주신 분은 한 아마추어 비디오 아티스트 분이셨다. 몇 년 전에 썼던 '혼술'이라는 글을 보시고 영상 에세이를 만들어 보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내게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너무 와 닿았다. 나는 당연히 마음껏 쓰시라고 말씀드렸고 얼마 후 영상을 블로그에 올리셨단 얘길 듣고 영상을 확인했다. 너무 고퀄리티 영상에 내 글귀가 들어가 있는 게 마냥 신기하기도 했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아마추어 비디오 아티스트 전우석 님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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