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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1. 2019

좌충우돌 이사하는 날

흔한 자취생의 집 구하는 이야기

전에 살던 내 동갑내기 빌라를 팔았습니다.


처음 그 빌라를 매매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지인들은 극구 말렸습니다.

팔기 어려울 것이다. 손해보고 팔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성격이라 매매를 했고 이번에 그 모든 것을 겪었습니다.


내놓은 지 오래되어 반포기 상태였습니다.

집을 팔기까지 집을 보러 온 사람은 대략 40팀은 될 것입니다.

이래저래 트집 잡는 사람, 너무 좋다고 해놓고 엄마한테 물어본다는 사람, 박스 둘 곳이 없다며 더 큰 집을 더 싸게 사길 원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집을 항상 깨끗하게 해 놓았다는 점을 빼고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한 탓인지 매수자가 나타났고 계약부터 잔금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을 팔려고만 했지 내가 그다음에 어디서 살지는 생각을 안 해본 탓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게다가 잔금 일자가 필리핀에서 신나게 다이빙을 하고 돌아오는 날로 잡혔습니다.

새벽 4시 비행기를 타고 10시 반에 도착해서 1시에 잔금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고나라 직거래도 아니고 집인데 말이죠.


계약을 하고 이사 날짜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문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저에게 있던 선택지는 대략 이렇습니다.


1. 괜찮은 투룸의 월세로 들어간다.
이것은 돈이 묶이지 않는다(사실은 묶일 돈이 별로 없습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달 나가는 월세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수원에서 괜찮은 월세방은 보증금 500, 월세 50은 줘야 합니다. 관리비까지 하면 55만 원에 월세로 나가면 저축은 물 건너가게 됩니다. 그래서 패스!
2. 다시 조그마한 빌라를 사서 예쁘게 꾸미고 산다.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셀프 인테리어의 악몽과 팔려고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빌라는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사시고 계십니다. 젊은 시절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계시는 동네에 사는 것도 그리 좋은 주거환경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패스!
3. 전세자금 대출받아서 전세로 들어간다.
이 선택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에 대출이 많이 있어서 대출이 나오느냐 마느냐였습니다. 이사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반려되면 계약금을 날려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무슨 배짱인지 '대출 나올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버립니다.


자, 3번 선택지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어디서만 정하면 됩니다.

자취생이 선택할 수 있는 건물의 형태는 빌라, 다가구 주택(건물 주인이 한 명인 건물, 대부분의 원룸 건물),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정도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자취생이 다가구 주택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보다 수원의 전세가가 많이 올랐고, 전세사기가 많아졌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부동산에서 데려가는 다가구 건물들은 비싸거나, 주차가 전쟁이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주차 편하고 깔끔하지만 편의시설이 있는 곳을 알아보니 오피스텔이었습니다. 관리원이 있어서 건물도 깔끔하게 유지가 되었습니다(관리비는 더 비쌌지만). 같은 1억이라면 오피스텔에서 사는 것이 더 나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복층에 방 1개 거실 1개였습니다. 

우리 자취생들은 누구나 복층에 대한 로망 있잖아요? 알잖아요?

그리하여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까지 있는 오피스텔을 계약하고 다행스럽게도 카카오 뱅크에서 비대면으로 전세자금 대출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10시 반에 비행기에서 내려 뛰다시피 수원에 도착하여 여자 저차 짐을 빼고 도장을 찍고 용달을 불러서 짐을 옮겼습니다. 1인 가구인데도 포장이사는 60만 원을 부르더라고요. 인건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인건비는 공짜니까 용달을 9만 원에 부르게 되었습니다. 짐이 어찌나 많던지 승용차 2대, 스타렉스 1대, 포터 1대로 짐을 옮겼습니다. 여기서 잠깐 비우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소유의 그늘이라는 글을 썼음에도 이렇게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아버지가 도와주셔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29살에게도 명불허전 아버지는 아버지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주차가 편하고 시끄럽지 않으면서 주변에 편의점, 김밥천국, 순대국밥집, 셀프빨래방이 있지만 관리비가 더럽게 비싼 오피스텔로 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집에서 또 행복한 나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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