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Dec 09. 2019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다형입니다.

 성은 어쩔 수 없는 고정픽이구요. 다(많을 다多)형(빛날 炯)입니다. 풀어서 쓰자면 많이 빛나라는 뜻인 듯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많이 빛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게 또 그렇게 나쁜 것 같지도 않구요. 뭐 이름대로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 나름대로 한자를 바꿔 봤어요. 다(많을 多)형(모양 刑)이게 더 마음에 듭니다. 많은 모양을 갖고 있는 사람. 그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익숙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저는 주로 분위기를 리드해 나가는 혁명가 스타일입니다. 항상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고 재잘재잘 떠드는 걸 좋아합니다. 반면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을 때에는 말 한마디 안 하고 낯을 엄청 가려요. 얼마 전 부산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익숙지 않은 사람들과 익숙지 않은 장소에 있다 보니 계속 혼자 있고 싶은 느낌만 들더라구요. 다른 사람들도 몇 번 같이 밥 먹자고 이끌어 주었지만 제가 계속 핑계를 대니 혼자 있게 놔두더라구요. 혼자 있는 그 시간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또 저는 가끔 아이들에게 교육도 시켜요.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을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 좋아해주더라구요. 처음에는 엄청 긴장되고 떨렸는데 같은 내용을 다른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설명하니까 나중에는 준비를 안 해도 술술 나오더라구요. 또 정말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 욕을 섞어가며 말을 하기도 한답니다. 낮에는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을 하면 학교폭력이 된다라며 근엄하게 이야기하지만, 저녁에 친한 친구들 만나면 거의 학교폭력에 준하는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또 엄마 아빠를 만나면 완전 어린애처럼 행동하다가도 누나가 교통사고를 당하면 의연한 모습으로 사고처리를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양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저에게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도 다 사랑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겠지만 자기애가 강한 스타일입니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하고 심플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깊은 호수처럼 고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얼마 전까지 저의 고민은 '자기 계발병'이었습니다. 뭔가 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계속 책을 읽고 발전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계속 뭔가를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이 자기 계발병이라는 증상을 보게 되었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구나, 내가 느끼는 마음에 명칭이 따로 있구나'라는 걸 알고 난 다음에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서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밥을 천천히 먹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1시간 반 정도가 흘러 있더라고요.  정돈되지 않은 공간에 있는 걸 싫어해서 깔끔하게 해 놓고 휴식을 해야 해요. 근데 그 깔끔이라는 것이 저의 기준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지저분하지 않은 정도입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제가 있는 공간을 저의 방식대로 꾸며 놓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3년 전쯤 오래된 빌라를 샀었습니다. 곰팡이를 제거하고 카페처럼 꾸며서 가구를 배치하고 2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복층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만족도는 지금이 더 높아요. 전에 살던 집은 뷰가 아예 없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뷰가 좋아요. 공간도 훨씬 넓습니다. 집을 꾸며 놓고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해요.



일 년 전 즈음에 favorite note를 샀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그곳에 적어 넣어서 거기에 적힌 것들을 자주자주 하면서 살려고 샀는데요. 시도는 좋았으나 앞장에서 넘어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채워 나가려구요.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새벽 수영 후에 느끼는 상쾌함을 좋아합니다.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12월인 지금 아직도 힘들어요. 이쯤 되니까 새벽 수영은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운동을 찾아보려고요. 이렇게 갈아 치운 운동이 복싱, 요가, 골프 등등이 있고요. 수원시내 헬스장 3곳 정도에 제 운동화가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나에게 꼭 잘 맞는 운동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농구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농구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평일에 별 일 없으면 저녁을 먹으면서 농구를 보는 게 낙입니다. 주말에는 직관을 가기도 합니다. 축구와는 다르게 농구는 제일 후진 좌석도 선수들과 가까워서 생동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요즘 한국 농구가 많이 재미 없어져서 걱정입니다.


그리고 오토바이 타는 것을 좋아해요. 올 초에 125 시시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하면서 입문했는데 곧 새 오토바이로 바꿨습니다. 110 시시 짜리 혼다 오토바이였는데 얼마 안 타다가 2종 소형 면허를 따고 300 시시 스쿠터를 중고로 데려왔습니다. 참 사람 욕심이 끝이 없더라구요. 제 지금 오토바이는 베스파라는 아이인데 감성적인 디자인에 속도도 만족스럽습니다. 가격 빼고는 다 만족스러워요. 그런데 요즘 왜 자꾸 우울한가 생각해봤더니 너무 추워서 오토바이를 못 타서 그런가 봅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속에 좋아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가 하나씩 꺼내서 그것들을 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자연스레 많은 일들을 해봐야 해요. 해봐야 내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좋았던 것들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일들로 바뀔 수도 있잖아요.


글은 굉장히 실험적이고 모험심 강한 사람처럼 썼지만 저는 안전지향형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즈음에 공무원 준비를 하러 올라간다는 친구를 향해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공무원이 니 꿈이냐!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라고 꾸짖었습니다. 멋쩍게도 그 친구와 저는 노량진에서 만났죠. 그래도 뭐 나쁘진 않습니다. 밥줄 끊길 일은 없으니 더 모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업으로 삼으면 좋아하던 것도 싫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업이란 것은 그렇게 지독한 것이니까요.


문득 경찰 면접 준비를 하던 저의 모습이 생각났어요. 1분 자기소개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모습. 그렇지만 애초에 1분 동안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서두만 얘기해도 3분은 지나갈 거예요. 그래서 마음 놓고 자기소개를 길게 해 봤습니다. 아직도 자기소개라는 단어 중에 '자기'를 잘 몰라요. 그래서 뭘 좋아하는지를 주로 설명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에 할 말이 너무 많아 양을 줄여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근길 노을 하나 테잌아웃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