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것은 금욕(禁慾)인가, 탐욕(貪慾)인가
야(夜) 한 이야기 이다.
기침을 한다. 환절기 때마다 거르는 적이 없다. 러너가 맞는지 싶다. 부끄럽지만 어렸을 적부터 기침을 달고 산 나로서는 항상 그러려니 한다. 한 달은 기본으로 한다고 봐야 하고, 심할 때는 추운 기간 내내 한다(분기 수준). 신기한 건 달리기엔 크게 지장은 없고, 일시적으로 기침에 대한 고통이 완화도 된다. 분명히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을텐데... 아마 달리면서 나오는 도파민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완화증상이 아닐까 추정한다.
어쨌든 기침을 하게 되면, 자발적으로 금욕에 들어가게 된다. 좋아하는 시원한 음료들, 술은 물론이고, 커피까지 마시지 못한다(마시면 좋아지다가도 리셋). 하지만 올해부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좋아하는 것을 못한다 해도 그다지 금단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2일1런1책의 실행 덕분이다.
첫째로 달리기이다. 건강을 이유로 하는 운동이겠지만, 기록에 욕심이 생긴다면, 술을 당연히 멀리해야 하는 요소이다. 땀 흘린 운동 후의 맥주는 세상을 다 가진 맛이겠지만, 더 큰 발전을 원한다면 참아줘야 한다. 그래서 일단 참는다.
둘째는 독서이다. 책에 빠졌다. 이 디지털 시대에 영상보다 문자를 더 많이 보는 삶으로 전환하였다. 책을 보는 행위는 더 많은 집중과 함께 양손 사용을 억압한다. 무언가를 먹으며 책을 이해하고, 넘기는 행위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불필요한 술 약속도 잘 안잡다 보니 야식과 술을 또 멀리하게 되었다.
직장과 가정생활이 있다 보니 이 행위들을 늦은 밤(夜)에 하게 된다. 금욕으로 밤을 열심히 불태우고 있다. 달리기와 독서에 탐욕을 가지니, 자발적 금욕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애나 램키 교수의 도서 <도파미네이션> 에 따르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 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고 한다".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 인 것이다. 운동과 금욕을 하면서 느끼는 고통 비슷한 감정이 그날의 마무리와 다음 날 아침의 보람으로 다가오고,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는 계속되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되고 있다.
황농문 교수의 도서 <몰입> 에 언급되는 예시로 "성직자들은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행복을 누리며 살 것이다. 영성 활동은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과 같은 긍정적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영성의 활동까지는 아니지만, 2일1런1책이라는 수치화된 달리기와 독서 루틴은 분명히 나의 쾌락을 관장하는 음주, 식탐 등을 억제해 주고 있다. 나의 이 자발적인 행동의 원인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혹시 야한 이야기를 찾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읽어주셔서 감사는 드리나, 꼭 금욕하시기 바란다. 라이킷엔 영향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