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도, 나도, 러너라면 다 달리기에 진지하다.
기안84의 마라톤 도전의 이유로 나온 인터뷰이다.
"그나마 러닝을 뛰었고"
"그걸 안 했으면 아마 저는..."
"죽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먼저, 남을 욕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악감정도 없고, 지금 잘 지낸다.
뭐 난 별로 유명한 작가는 아니니까. 약간 나의 성찰과 치유의 측면으로 되는대로 써 보련다.
전염병과 양극화의 시대. 돈 수억이 우습고, 경제는 한 번도 안 어려웠던 적이 없었고, 실업률은 높고, 내가 내 일에서 살아는 남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시대의 삶이다. 그런데 나는 왜 한가하게 달리기나 책보는 얘기나 하는 것일까. 직장이 한가해서 혹은 백수라서... 는 절대 아니다.
속 편한 이야기가 아니고, 나는 지금 생존의 문제로서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나름대로(?) 내 분야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보이는 관리자이다. 나쁘지 않은 직장에, 빠른 승진에, 상사 포함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나에게 잘한다. 고맙게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생각해도 이만하면 난 괜찮다. 내가 잘났다는 것은 아니라 우는소리 하면 안된다는 뜻의 표현이다.
처음 사회 초년생으로 입사했을 때, 꽤 갈굼을 당했다. 내가 잘못해서겠지만, 가르쳐 주는 것도 없이 많이 욕을 먹었다. 심지어 맨날 술만 먹고(6일 출근 중 5일 정도), 가끔 뒤통수도 치고 싸대기도 치고.. 뭐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원래 다 그런 줄 알고 잘 참았다. 계속해서 버티니 사람들이 인정을 해줬고, 나름대로 스스로 일도 찾아서 하고, 자기개발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나름 내가 좀 경력이 쌓이고서, 만난 분은 아주 좀 별로셨다(앞엔 양반이다). 가스라이팅이 정말이지 엄청나셨다. 뭐 본인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맞다. 확신한다. 난 좀 덜 당한 편이었지만, 같이 일한 내 상사는 아침 9시에 들어가서 차 끊기기 전 까지(새벽 1시라고 들었다).. 개별면담을 했다(이거 면담 맞나?). 어쨌든 그런 식이었더랬다. 내가 그 때 지금 와이프랑 결혼을 앞둔 것이 아니었다면, 바로 사표던졌을 거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참다 참다. 퇴사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이야기 해 봤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참 내 분야의 윗 분들이나, 상황들은 참 별로였다. 그러던 와중에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가장 먼저 '달리기' 가 있었다. 약 12년간 달리면서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켰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정신적으로, 건강이라는 신체적인 측면으로 나를 지켜줬다. 아마 달리기라도 안했으면 나는 내 분야에서 진작 그만두고, 되는 대로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먼저 도서 <마녀체력>의 이영미 작가는 마흔, 여자가 체력을 길러야 할 때라는 내용으로 운동을 강조한다.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마크 롤랜즈 등 운동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언급하면서, 만화 미생에서 나온 '체력' 의 이야기가 나온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를 인용한다. 어쨌든 마흔 여성의 운동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공에, 나름 운동러인데다 아직 30대 남자인 나도 감탄하게 된다.
더 나아가 김혜남 교수님의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에서 "미치도록 무엇엔가 열중했던 경험은 당신이 훗날 무엇에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것이다. 또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당신에게 알려줄 것이다." 의 글이 있다. 파킨슨병을 오랫동안 앓아 오시면서도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와 열정을 이야기 하신다. 감히 내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런 감정을 느낄만한 순간이라고 한다면 달리고 있을 때이다.
정말 기안84처럼 그나마 그걸 안 했으면 나는 '죽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라는 아찔한 표현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정말 달리기에 진지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찐러너 왠만한 사람에게 들어보면 다 비슷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남들은 왜 저래? 할 수 있지만, 나를 살려준. 살아있게 만든 것 중 하나는 달리기라고 생각한다. 확신한다.
그래서 이야기 하고 싶다. 한가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고,
살고 싶으면 달려보시라고 감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