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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Nov 24. 2023

한가하게 왜 달리기나 이야기하는 거야?

기안84도, 나도, 러너라면 다 달리기에 진지하다.

 기안84의 마라톤 도전의 이유로 나온 인터뷰이다.

"그나마 러닝을 뛰었고"

"그걸 안 했으면 아마 저는..."

"죽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출처:MBC 나 혼자 산다] 너도 그랬구나, 짜식. (나도 84야)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먼저, 남을 욕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악감정도 없고, 지금 잘 지낸다. 

뭐 난 별로 유명한 작가는 아니니까. 약간 나의 성찰과 치유의 측면으로 되는대로 써 보련다.


 전염병과 양극화의 시대. 돈 수억이 우습고, 경제는 한 번도 안 어려웠던 적이 없었고, 실업률은 높고, 내가 내 일에서 살아는 남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시대의 삶이다. 그런데 나는 왜 한가하게 달리기나 책보는 얘기나 하는 것일까. 직장이 한가해서 혹은 백수라서... 는 절대 아니다. 


 속 편한 이야기가 아니고, 나는 지금 생존의 문제로서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나름대로(?) 내 분야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보이는 관리자이다. 나쁘지 않은 직장에, 빠른 승진에, 상사 포함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나에게 잘한다. 고맙게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생각해도 이만하면 난 괜찮다. 내가 잘났다는 것은 아니라 우는소리 하면 안된다는 뜻의 표현이다.


 처음 사회 초년생으로 입사했을 때, 꽤 갈굼을 당했다. 내가 잘못해서겠지만, 가르쳐 주는 것도 없이 많이 욕을 먹었다. 심지어 맨날 술만 먹고(6일 출근 중 5일 정도), 가끔 뒤통수도 치고 싸대기도 치고.. 뭐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원래 다 그런 줄 알고 잘 참았다. 계속해서 버티니 사람들이 인정을 해줬고, 나름대로 스스로 일도 찾아서 하고, 자기개발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나름 내가 좀 경력이 쌓이고서, 만난 분은 아주 좀 별로셨다(앞엔 양반이다). 가스라이팅이 정말이지 엄청나셨다. 뭐 본인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맞다. 확신한다. 난 좀 덜 당한 편이었지만, 같이 일한 내 상사는 아침 9시에 들어가서 차 끊기기 전 까지(새벽 1시라고 들었다).. 개별면담을 했다(이거 면담 맞나?). 어쨌든 그런 식이었더랬다. 내가 그 때 지금 와이프랑 결혼을 앞둔 것이 아니었다면, 바로 사표던졌을 거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참다 참다. 퇴사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이야기 해 봤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참 내 분야의 윗 분들이나, 상황들은 참 별로였다. 그러던 와중에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가장 먼저 '달리기' 가 있었다. 약 12년간 달리면서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켰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정신적으로, 건강이라는 신체적인 측면으로 나를 지켜줬다. 아마 달리기라도 안했으면 나는 내 분야에서 진작 그만두고, 되는 대로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먼저 도서 <마녀체력>의 이영미 작가는 마흔, 여자가 체력을 길러야 할 때라는 내용으로 운동을 강조한다.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마크 롤랜즈 등 운동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언급하면서, 만화 미생에서 나온 '체력' 의 이야기가 나온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를 인용한다. 어쨌든 마흔 여성의 운동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공에, 나름 운동러인데다 아직 30대 남자인 나도 감탄하게 된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마녀체력' 을(좌), 삶의 힘을 얻고 싶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을(우) 추천한다.


 더 나아가 김혜남 교수님의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에서 "미치도록 무엇엔가 열중했던 경험은 당신이 훗날 무엇에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것이다. 또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당신에게 알려줄 것이다." 의 글이 있다. 파킨슨병을 오랫동안 앓아 오시면서도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와 열정을 이야기 하신다. 감히 내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런 감정을 느낄만한 순간이라고 한다면 달리고 있을 때이다. 


 정말 기안84처럼 그나마 그걸 안 했으면 나는 '죽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라는 아찔한 표현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정말 달리기에 진지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찐러너 왠만한 사람에게 들어보면 다 비슷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남들은 왜 저래? 할 수 있지만, 나를 살려준. 살아있게 만든 것 중 하나는 달리기라고 생각한다. 확신한다. 


 그래서 이야기 하고 싶다. 한가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고, 

 살고 싶으면 달려보시라고 감히 권하고 싶다. 


 무엇엔가 미치도록 열중할 힘과, 살아있음의 환희를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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