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 19기를 수료하고
"처음엔 수상한 점 조직인줄 알았어요."
함께 했던 비밀결사대원(?)이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진성리더십을 공부하는 우리들은 서로를 함께 도를 닦는 벗이라는 의미에 '도반'이라고 부른다.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다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평가하는 '이 우수한 10회기의 교육과정'은 심지어 무료이다.
요즘 같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인플레이션,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비용을 올려도 모자랄 판에 교육비가 없다니... 하지만 참여해 보면 안다. 어떻게 무료로 가능한 것인지를, 공의의 운동장이라는 진성이라는 사명에 모인 사람들의 신뢰자본과 헌신의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수상한 일은 특별한 '지인'의 소개로 시작된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다른 직장의 수상한(?) 남다른 부장님께서 가볍게 소개해주셨다. 사실 요즘 책도 많이 읽고 있던 차여서, 단순한 책 모임인 줄 알았다. 온라인으로도 교육을 한다기에 바쁜 일정을 쪼갤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격 요건인 지정도서 '진성리더십(윤정구 저, 초판 2015년)'의 책을 읽고 독후감, 자기소개서, 면접을 거쳐야 한다. 과정이 다소 어려웠지만, 책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지원했다가 덜컥 붙어버렸다.
이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사)한국조직개발경영학회 주관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윤정구 교수님, 구루 피플스의 이창준 원장님을 중심으로 진성, 사명, 진정성 (Authentic) 리더십을 약 10회기의 커리큘럼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약 10년 가까이 되어 19 기수를 배출한 나름의 역사성과 체계를 가졌다. 각자는 부정하시지만, 명망 있고, 사회의 주축인 쟁쟁한 선배 기수 도반님들이 수료를 하셨다.
체험산업과 플랫폼 산업시대, 초열결사회로 급변하는 지금과 함께 L자 경기에 따른 저성장의 시대이다. 생존과 성과만이 요구되며, 리더십과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톱니가 따로 노는 디커플링 현상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성리더십이 표면적으로 주장해 보이는 따분한 윤리적 기준과 진정성을 논함이 어떻게 보면 한가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진성은 진정성과 함께 진북, 사명의 나침반을 찾는 과정에 집중한다. "진정성 있는 사명은 진성리더십의 핵심을 구성한다. 사명은 리더의 존재이유를 설명해 주는 삶의 목적지이자, 진북(True North)이자, 영혼의 종소리이다."라는 표현으로 진성리더십을 설명한다. 자신의 사명을 항상 학습하고 도반들과 함께 할 것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학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각성사건에 의한 정신모형Ⅱ라는 나침반의 사명을 세워야 한다. 학습적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모형Ⅰ은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언제든 무용지물이 되는 내비게이션에 비유하며, 정신모형 Ⅱ와 Ⅰ의 이원학습/삼원학습을 통해 더욱 성찰하는 리더 가 될 것을 이야기한다.
대략 설명만 들어도 어려운 이야기인데, 심지어 이것을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 급하지 않게 꾸준히 실천함을 통해 타인을 공진화하여, 강요하지 않아도 모두가 내재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진북의 사명이라는 북극뿐만이 아니라, 남극인 긍휼감(compassion)으로 잡아주며 사명을 잡아주는 따듯한 살아있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이는 타인뿐만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Self-compassion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글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인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에게든 강요하지 않는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성과를 내서 보여준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틈새전략(embedding)과 함께 할 동료들을 천천히 모아 변화시키는 비밀결사대를 지향한다. 급진적 거북이의 전략으로 조직과 사회를 진정성 있게 각자의 사명의 진북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변화시킨다.
12월 2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19기를 수료했다. 나도 일원이었지만, 감히 비교도 안 되는 살아있는 뜨거운 나침반 같은 19기 동료, 선배 도반님들의 살아있는 스토리가 내 마음을 울렸다. 윤정구 교수님 말씀대로 정말 ‘벼락을 맞았다.’ 나도 조금 더 살아있는 나침반으로 내 삶과 직장에 좋은 사명을 만들고 펼쳐나가고 싶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최소한 그날 우리들은 밤늦게까지 뜨거웠다.
나라는 사람의 스토리를 돌아보게 해 준다.
주변의 소중함과, 연대할 수 있는 믿음을 준다.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사명을 알려준다.
우리는 남들이 아직은 이상하게 볼 수 있는 수상한 비밀결사대이다. 언젠가는 수상하지 않은 보편화될 그날을 먼저 가려고 한다. 진정성 있는 사명의 여정이 될 19기를 평생 동안 응원할 거다. 내년 봄에 새로 모집될 20기도 격하게 환대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창준 원장님께서 언급하여 말씀하신 이야기가 계속 여운이 남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수료식은 끝이라는 출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입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