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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Dec 08. 2023

올해 나는 어떤 100이었을까?

당신은 100만 원을 낼 수 있나요? 

 "요 근래 마음이 불편해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알리지는 마시고, 좋은 곳에 써주세요."


 평소 안면이 있었던, 복지관을 자주 이용하시는 어르신께서 상담 중에 말씀을 끝내시고 내게 봉투를 내미셨다. 나도 감사한 마음에 좋은 곳에 유익하게 쓰겠다고 하고 받았다. 그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이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복지관에서 자신이 도움받은 부분에 감사하시며, 겨울철 자신보다 더욱 어려운 다른 이에게 나누시겠다는 마음이 참 뭉클했다. 봉투가 좀 두툼해서 그러려니 했다가. 나중에 보니 5만 원짜리 20개가 들어있었다... 


100만 원...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지만, 누적분이 아니라 한 번에 누군가를 돕기 위해 100만 원을 낸다는 행위는 상당히 어렵다. 심지어 생활형편이 어렵다고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수급자 어르신의 경우 더욱 크게 느껴질 금액이다. 참고로 2023년 1인가구의 기초생활수급자비는 생계급여 기준 월 62만 3천 원가량이다. 단순비교를 하자면 만약 3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이 있다면 500만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기부한 것이다... 


(좌) 책을 읽을 때마다 1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SNS계정에 올렸다. (우)는 어르신이 가시고 난 후에 찍은 사진.


 어쨌든 학교 다닐 때는 거의 인연을 맺지 못한... 올해 나는 100이라는 숫자와 꽤 관련이 있다. 책도 100권을 목표로 현재 넘게 읽었다. 스스로 기준으로 잡은 2일1런1책 습관은 5월부터 시작했음에도 100권이라는 숫자는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예전엔 10권도 힘들었던 나다. 독서도 하나의 의미로서 올해 나는 100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읽어보면 나도 버킷리스트를 100개 써보겠다는 생각이 막! 막! 든다.

 자기발견 연구소의 최호진 대표의 저서 <결국엔 자기 발견>에서는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쓰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버킷리스트를 통해 인생에서 바라는 지점과 행복을 찾게 되는 과정의 내용을 집중도 있게 담고 있다. "100이라는 숫자는 아시다시피 완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100개를 채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해, 100개의 버킷은 나 자신을 발견하는 모티브가 되며, '목표'라는 것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라는 내용을 보고 '꽂혔다'. 그래서 나도 나를 위한 모티브와 이상,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현재 버킷 100개를 열심히 써보고 있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완벽한 숫자의 100을 지향해 가는 거 대비, 올해 내가 계획한 주요 목표는 다 실패했다. 전패(全敗)에 가깝다. 달리기(마라톤 싱글 기록 달성 실패),  사회복지 관련 연구 학술지 게재(미달성), 복지 사업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프로포절(미선정), 가족관계 증진은...(악화..?) 등. 돌아보니 참 별로였다. 표면적으로 100점은 절대 아니다. 목표 대비는 낙제 수준이다. 그럼에도 소소한 성과들과 이번 어르신의 기부와 같은, 100과 관련된 스토리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설사 올해 내가 100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해도, 나는 나를 위한 100에 집중하느라 바빴는데, 남을 돕기 위해 100만 원을 내신 어르신을 보니 반성도 많이 된다. 나름 15년 가까이 일하지만, 미디어에서만 보던 "어려운 어르신 OOO기부."를 직접 겪으니 가슴이 먹먹하고, 올해 감동의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아울러 올해 '나는 상당히 이기적인 사람이구나'를 안 것만으로 큰 성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나는 올해 100점은 전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100과 연관이 있는 해였다. 사실 전체를 다 평가한다면 몰라도, 어느 하나의 측면에서 기준을 본다면 100점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독서를 100권 이상 한 나는 독서에 있어서는 100점이 맞는 것처럼! 어쨌든 남은 올해 정말 어떠한 의미로라도 100이 기억될 수 있도록 잘 정리해보려고 한다. 고마웠다 2023년 나의 100이여. 


 마지막으로 어르신께서 알리지 말라고 하셨지만,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익명으로 보도자료는 내겠다고 사전에 양해는 구했음을 밝힌다. 

 아, 참고로 나의 본캐는 사회복지사다. 


http://www.newsfarm1.com/news/articleView.html?idxno=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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