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욕구조사는 도대체 왜 할까?
10년 넘게 복지현장에서 지역복지 욕구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원래 대학교 때부터 사회복지 조사론을 좋아했다. 늦은 공부바람이 붙은 탓에 대학 때는 여력이 안되고, 취업을 하고 대략 2012년쯤이었나? 사회조사분석사 2급(한국산업인력공단) 자격증을 취득했다. 영광의 증서 취득 후 재직 기관에 보고를 하니, 상이 내려졌다.
"앞으로 이제 욕구조사는 상은 샘이 하면 되겠네 하하하"
행복하게 기관의 조사 연구를 도맡았다. 당연히 강제적인 것만은 아니었고, 다소의 자발성도 들어갔다. 마침 사회복지현장에서 사회복지욕구조사는 기피 업무 중 하나이며, 일선이 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공부하며 익힌 다양하고 체계적인 통계 기술들을 통해 재직하는 기관에 기여하여 보고서를 만들었다. 찬사가 이어졌고 그에 도취되었다.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직을 해서도 나의 기술을 뽐내고 싶었다. 멋지게 욕구조사 보고서를 완성해 부장님께 보고 드렸다. 보시더니 부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야? 설명해 봐?"
"..."
"어디서 알아먹지도 못하는 말들만 있고, 하나도 쓸모가 없는 것을 가져왔어?"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각성사건으로 기억된다. 나의 보고서가 무쓸모의 취급을 받다니... 그런데 중요한 건 나 조차도 내 보고서를 쉽거나 대표성 있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동안 나는 통계기법이라는 기술에 도취되어, 정작 보고서의 중요한 요인인 실용성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은 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욕구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던 것 같다.
지역복지 욕구조사를 도대체 왜 할까?
최근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의문을 가졌다.
내가 느낀 지역복지 욕구조사는 상당한 영혼과 업무량을 투여한다. 문제는 그거 대비 신기하게 안 쓴다는 점이다. 그런데 규모가 있는 위탁을 받은 거의 대부분의 기관에서 만들기는 한다(사회복지관 중심). 복지의 가치인 이용자의 욕구 반영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할까? 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하나 명확한 지침과 답변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추정되는 지점이 있다. 첫째는 사회복지의 가치(이용자 욕구, 전문화, 사회과학의 틀 등)로서의 책무성이다. 이용자의 의견을 들을 의무라던지, 전문성에 대한 것 같은 것이다. 둘째는 강제성에 대한 것이다. 복지관 평가에서 2년에 한 번 욕구조사 보고서 제작 지표가 있었던 적이 있고, 매년 지자체의 지도점검이나 감사 시에도 보고서 유무의 확인은 복지 기관들이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위 나의 주장에 있어서 첫째라면 참 다행이지만 둘째라면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자발성이나 주도성, 전문성이 아닌... 남이 시켜서 하는 강제성의 원리가 더 강하게 사회복지사들을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런데 욕구조사보고서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우리를 보면은 상당히, 둘째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조사론은 도대체 왜 필수 과목에 있는 것인가?
사회복지사들에게 물어보면 대체적으로 '사회복지조사론'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다. 사회복지전공을 이수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그중 조사론은 비인기 종목인 것 같다. 좋다고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물론 가끔 나같이 정신이 이상(?)하여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이 적을 수도 있는 것이, 사회복지학과는 대체적으로 문과다. 문과 학과의 계열인 사회과학에 들어가는 전공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학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장한다. "우리는 숫자(수학)에 약한 사회복지사"라고... 음 그렇다면 같은 문과에 들어가는 경영 학과 내 통계, 세무, 회계과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수학은 모르겠지만, 숫자는 아니다. 결국은 그냥 공부 못한 문과생이 만든 핑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회복지조사론은 어려운 지점이 분명히 있다. 사회복지 조사론과 조사방법론의 학습은 맥락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체계를 통으로 습득해야 한다는 것인데, 조사연구를 함에 있어서는 각 단계마다 절차가 있다. 이 절차에 대한 세부 내용을 준수하여 학습하고 추진하여야 조사론을 잘할 수 있다. 물론 어느 한 분야만 잘할 수는 있으나, 전체를 모르면 쓸모가 적다...
사회과학 조사는 양적인 방법과 질적인 방법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나 중심은 양적인 조사가 주 베이스이다. 즉 통계와 관련된 부분인데,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벤저민 디스레일리라는 영국의 정치가이자 작가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통계는 일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혼란에 빠트린다는 것인데, 사물을 과장하거나 극도로 단순화시킨다는 것이다. 사회와 경제의 동향, 기업의 경영상태, 여론조사, 선거 등 거짓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즉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학소설 작가인 하버트 조지 웰스는 말했다
"앞으로 유능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읽고 쓰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통계에 대한 올바른 지식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관없다고 하는 사회복지사가 있다면 묻고 싶다. 자원을 개발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고, 가장 중요한 역할인 주민의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회복지사가 과연 유능한 시민이 아니라면 어찌하는가? 나는 양적 조사에 대한 필수적이고 유용함을 주장하고 싶다.
우리는 숫자에 약한 사회복지사가 아니고, 그래서는 안된다. 핑계일 뿐이다!
아, 그렇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 각자의 개성이 있으니 내 주장은 참고만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