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지역복지 욕구조사에 대한 의문의 시작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는 컴퓨터, IT 등에서 유명한 이야기이다. "garbage-in garbage-out" 약자로 'GIGO'이다. 쓸모없는 데이터가 들어가면 결론도 쓸모 없어진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말을 처음 듣고 나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기존부터 널리 활용되는 양적 설문조사 방식의 욕구조사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복지관 욕구조사 담당은 누가 하나요?"
"어르신~ 복지관~ 아이들 사회교육 프로그램 중 가장 적합한 것은 몇 번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두 가지 질문은 그다지 극화되지 않은 리얼 현실 스크립트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욕구조사는 기피 업무이자, 폭탄 돌리기이다. 심지어 힘들게 만들면 전혀 상관도 없는 대상에게 물어서 그게 전체의 대표적인 욕구인양 포장한다. 뭐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례가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지 없는 담당자가 수행하는 형식적인 응답의 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거기서 나온 결론을 진짜 기관의 운영에 사용한다고 하면 결과가 어떨까? "그냥 망하는 거지 뭐"
기존의 욕구조사 설문지는 대체적으로 양적 조사의 서베이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나도 어디 가서 항상 주장한다. 설문지 방식은 별다른 대안이 없는 최고의 조사 방법론이라고.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대규모의 조사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는 불필요한 욕구가 들어올 수 있다. 기존 욕구조사는 대상별 맞춤을 고려하지 않는 총괄적인 설문지를 만들고 이에 대한 일괄적인 방식의 설문조사로 진행된다.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의 욕구를 다 모아놓고, 어르신들에게 아동, 청소년에게 묻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어떤 욕구를 파악하고 싶다면, 개별 프로그램에서 하는 이용자 만족도 사가 훨씬 더 정확한 욕구를 파악하기 효과적이다.
둘째는 응답자의 피로도가 높다. 통합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시 비록 자신이 해당하지 않는 문항은 건너뛰게 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양의 설문을 응답자가 마주하였을 때, 시작부터 피로도가 다가올 수 있다. 이는 답변에 영향을 미쳐 '그냥 1번'을 그어버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응답을 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셋째는 과도한 행정의 투입과 낭비가 발생한다. 복지관에서 욕구조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독박'이다. 업무량이 정말 만만치 않다. 기관의 구조화된 설문지를 기획하을 위해 의견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이 단계를 넘어 실제 조사를 한다고 해도 취합과 통계 분석을 돌려야 한다. 결과를 또 세련되게 작성해야 한다. 물론 직원들의 업무 협조로 어느 정도 독박은 피할 수 있겠으나, 과도한 업무 투입과 낭비의 형태는 다르지 않다.
넷째는 효과성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앞에서의 문제점은 다 그렇다 치더라도, 더욱 슬픈 사실은 잘못하면 분석된 결과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의도와 배경부터, 통계표로 가득 찬 건조한 결과를 지나 마지막 결론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책장 한쪽에 내가 그것을 했었지... 같은 5초도 안될 것 같은 만족만 남는다. 이용자 욕구 조사가 아니라 담당자 욕구조사라는 느낌이다. 지역복지 욕구조사의 효과성, 과연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의 현장에서 조사 연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복지라는 학문이 연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인보관, COS 자선조직협회라는 ‘실천현장’에서 발생된 것을 사회복지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들을 교육하기 위한 자료에서 시작한 것이 사회복지연구이다. 즉 현장에서의 연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그렇지만 잘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결론은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최근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누구나 ChatGPT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중요한 역량으로서 질문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부각된다. 호모 프롬프트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ChatGPT에게 그런데 이상한 질문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상한 답변이 나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이 쓰레기 이론은 요즘 시대에 더욱 절대적이다.
물론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기존의 방식도 분명히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품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투입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가끔은 현장의 지역복지 욕구조사도 새로운 방식의 환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가 아닌 더 좋은 것을 넣을 수 있을까?
명확한 정답은 없지만, 다양하게 시도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투입이 많아지면, 분명히 그중에 좋은 것이 나올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현장의 참신하고 재미있는 시도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현장 전문가의 매력이 아닐까?
그리고 나에게 질문해 본다.
과연, 나도 쓰레기였을까?
일단 지금부터는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